진실은 늘 늦다. 권위는 늘 빠르다.
나는 오랫동안 억울함이라는 단어를 피했다.
그건 약자의 감정 같았고,
패배자의 언어처럼 들렸다.
하지만 살아보니,
세상은 늘 누군가의 억울함 위에 서 있었다.
나는 그 억울함을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너희한테 뭘 잘못했냐?”
그 목소리는 공간 전체에 퍼졌다.
그날은 유난히 습하고 더운 날이었는데,
공기보다 더 무거웠던 건 억울함이었다.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설명해봤자 듣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는 늘 자기 말이 곧 정의라고 믿었다.
감정은 단순했고, 판단은 즉흥적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정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 그 날의 냄새가 났다.
진실은 그 사람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자기 통제력이었다.
그는 언제나 통제할 수 있는 대상 앞에서만 정의로웠다.
자기가 높은 자리에 서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짓밟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지금도 가끔 그때를 떠올리면
“내가 그날 그냥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면”
하고 생각하지만,
이젠 그 생각이 길게 가지 않는다.
그날의 나는 억울했지만,
지금의 나는 그 억울함 덕분에 세상의 목소리를 구분할 줄 안다.
지금의 나는, 누가 소리치고 누가 말하는지를 구분할 줄 안다.
*이는 특정인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닌, 허구의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