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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있는 사람만 기생하는 것은 아니다.

기생충, PARASITE, 2019

by 박연





아래에 있는 사람만 기생하는 것은 아니다.

1)

이 영화의 핵심은 "아래", "위" 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아래에 있는 사람만이 위에 있는 사람을 기생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 있는 사람들도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기생하며 산다.

그들의 노동력으로 집안은 깨끗하며, 아이들은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노동력을 정당한 값을 쳐주지 않는다. (연교가 기우의 과외비 값을 빼는 것처럼)

그들에게는 100의 노동이 100의 값어치가 아니다.









너는 우리와 다른 사람인 것 같다.

2)

영화에서 기우는 기정에게 "너는 여기에 어울리고 여기에 있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고 말한다.

이 대사가 한동안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우리 부모님 또한 나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너는 우리와 다른 사람인 것 같다."

자신은 비록 낮은 사람이지만 나는 고귀하고 다른 사람인 것 같다며 말했다.

나는 사실은 그게 아닐지라도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선을 넘으면 그 기생마저도 끝이 난다.

3)

우리 아버지는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분의 차를 운전해주시는 운전사다. 극중 기택과 같은 직업이다.

아빠는 그분을 모시면서 같은 식당을 가는 것을 신기해한다. 회장님들이 가는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간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회장님은 아빠와 같은 테이블에 앉지 않는다.

운전기사들은 운전기사끼리. 회장님은 회장님들끼리.

마치 양반과 하인이 겸상을 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 사이에는 선이 있다.

그 선을 넘으면 기생마저도 끝이 난다.










아래 사람들은 아래 사람인지 모르고 살아간다.

4)

기택네 가족은 박사장의 집에서 기생하면서 자신들도 그 위치에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


우리는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승진하면 윗사람이 된 것 마냥 생각한다. 하지만 더욱 위에 있는 먹이사슬에 기생하는 기생충일 뿐이다. 대부분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아래에 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위의 사람들에게 대들지 않는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끼리 뺏기고 뺏는다.

5)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위의 사람들에게 반박을 하지 않는다.

원래 그들은 그 자리에 있었던 자니까. 그게 그들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기생하며 사는 것이다.

그래서 아래 사람들은 아래에 있는 사람들끼리 경쟁하며 자리를 빼앗고 산다.

그들이 조금 가진 무언가를 빼앗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그 작은 무언가는 그들에게 내일의 생사를 가를 만큼 큰 것들이다.

하지만 기택은 박사장에게 감히 대들었다.

그 대가로 또 다른 사람에게 기생하는 삶을 사며 계단으로 올라오지도 못하고 있다.

이 모습은 마치 노조를 만들어서 해고당한 사람들의 모습이 같다. 내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대들지 않고 기생해야 한다.

이 영화를 곱씹어 볼수록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를 투영하는 사회 영화라고 느껴진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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