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치매도 삶이고, 웃음도 있다’

부제: 웃음이 허락되는 자리에서 존엄은 더 깊어진다.

by YEON WOO

“치매가 있으신데 이렇게 웃어도 되나요?”

어느 날, 봉사활동을 함께한 대학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왜 안 되죠? 치매가 있어도 삶은 계속되고,

그 삶엔 웃음도, 눈물도, 다 들어 있어요.”


돌봄의 현장에서 나는 수없이 많은

‘웃음의 순간’을 마주했다.

어르신이 이름을 헷갈리며

“이 친구는 내 사윗감이야!”라고 하실 때,

다 같이 웃었다.

알고 보면 그 청년은

할머니보다 두 살 어린 요양보호사 선생님이었다.

어르신이 “내가 오늘은 반찬을 안 했네~”라며

먹고 있던 밥을 내게 슬쩍 건네시던 그 장면,

진심은 아니셨지만 그 웃음은 진심이었다.


치매는 기억을 지워도, 유머는 지우지 못한다.

그리고 유머가 살아 있는 공간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가 흐른다.

간혹 이런 말을 듣는다.

“치매 어르신에게 웃긴 얘기 하면 무례하지 않나요?”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웃기 위해선 먼저, 존중이 있어야 해요.”

무시해서 웃기는 게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함께 웃는 것.

그게 진짜 존엄이고, 그 웃음 속에 어르신도

‘나도 아직 이 삶의 주인공이다’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어르신과 눈이 마주치고,

서로 웃는 그 순간이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같이 웃었기에, 그 시간은 아름다웠다.


그 웃음은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가장 순수한 교감이다.

말이 부족해도,

기억이 흐릿해도,

그 순간만큼은

서로의 존재가 온전히 닿는다.

어르신의 눈가에 맺힌 주름 속에는

수많은 계절이 담겨 있고,


그 미소에는

지나온 삶의 온기가 스며 있다.

나는 그 미소를 마주할 때마다


돌봄이란 결국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걸 느낀다.

우리가 함께 웃는 그 짧은 순간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긴 시간보다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 순간이 쌓여 돌봄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그 짧은 눈 맞춤과 웃음 하나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긴다.

그것이

존엄을 지키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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