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나는 전문가가 아니라 사람이어야 한다’

부제: 돌봄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관계다.

by YEON WOO

처음 사회복지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나는‘전문성’이라는 단어를 무척 무겁게 느꼈다.

잘 모르고,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꾸 움츠러들었다.

그래서 더 많이 외우고, 더 많이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돌봄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은 내가 배운 이론보다

내 눈빛 하나, 말투 하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셨다.

“오늘은 왜 인상이 흐리냐?”

“선생 오늘 마음이 안 좋아 보여.”

그 말에 나는 놀랐고, 부끄러웠다.


나는 돌봄을 배우러 왔지만,

어르신은 나를 사람으로 보고 계셨다.

그리고 깨달았다.

전문성은 분명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내가‘진심으로 이 사람을 대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

한 어르신은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너는 뭘 몰라도 괜찮아. 그 대신 날 사람대접만 해줘.”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울었다.


그 후로 내 기준이 달라졌다.

‘잘하고 있는가?’를 묻기보다‘진심인가?’를 묻는다.

그게 나의 기준이고, 나의 전문성이다.


돌봄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그 관계를 지키는 건 논문도, 자격증도 아닌

내 안에 있는 사람다움이다.

나는 지금도 부족하다.

하지만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나는‘잘하려는 전문가’가 아니라,

‘곁에 머무는 사람’이 되기로 했으니까.

완벽한 돌봄보다

따뜻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

정확한 판단보다

조용한 공감이 더 필요하다는 걸

그분들과 함께하면서 알게 되었다.


전문가는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곁에 머무는 사람은

그 문제 속에서 함께 숨을 쉰다.

어르신의 불편함을

내가 다 고칠 수는 없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함께 웃을 수는 있다.

곁에 머문다는 건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자리에 있어주는 일이다.

말없이 손을 잡아주고,

기다려주고,

그분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일이다.


나는 이제

돌봄을 기술로 배우기보다

마음으로 익혀가고 있다.

그 마음이

조금 더 낮고, 조금 더 부드러워질수록

그분의 존엄은 더 단단히 지켜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잘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있으려는 사람’으로

그 곁에 머무른다.

그 마음이 모여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따뜻하게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흐름 속에서

작은 물결 하나로 남기를 바란다.

잘하려는 욕심보다

곁에 있으려는 다짐으로.

그분의 삶에

조금 더 가까이 닿을 수 있도록.

나는 이제

돌봄을‘하는’ 사람이 아니라,

돌봄 속에‘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분의 삶에

작은 온기를 더하는 존재.

그분의 존엄을

조용히 지켜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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