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돌봄에도 상처가 있다’

부제: 나도 돌봄이 필요한 존재라는 고백.

by YEON WOO

어느 날,

한 어르신이 내게 갑자기 화를 내셨다.

사실 나는 아무 잘못도 없었다.

하지만 어르신은

“너도 똑같아! 다 똑같아!”하며 소리를 질렀다.

나는 그날 끝까지 웃는 얼굴로 일했지만,

퇴근 후 화장실에서 조용히 울었다.


돌봄은 감정노동이다. 그리고 그 감정노동은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지만

때로는 큰 ‘상처’로 돌아온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이 길이 맞는 걸까.”

“나만 이렇게 무너지는 걸까.”

그런 질문에 밤잠을 설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돌보는 사람도 결국‘사람’이라는 걸

나는 이제 인정하려 한다.

지치고 흔들리는 건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돌봄은 누군가의 삶에 깊이 들어가는 일이기에

때로는 그 고통이 나에게도 옮겨온다.

그렇기에 돌보는 사람도 돌봄이 필요하다.

잠시 멈춰도 된다.

혼자 울어도 된다.

누군가에게 기대도 된다.

그래야 다시 어르신 곁에서 웃을 수 있다.

나는‘상처받은 돌봄자’라는 말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다.

그건 내가 인간이라는 증거이고,

사람을 향한 마음이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그 마음은

작은 불편을 감수할 줄 아는 용기이고,

누군가의 침묵을

함께 견디려는 인내다.

그 마음이 살아 있다는 건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한 사람의 느린 걸음에

발을 맞추려는 선택이다.

무뎌지지 않으려는 노력,

바쁘다는 이유로

마음을 접어두지 않으려는 다짐.

그 작은 흔들림 하나에도

멈춰 서서 귀 기울일 수 있다면,

나는 아직

사람을 향해 열려 있는 존재다.


돌봄은

누군가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 자신을 지켜내는 일이기도 하다.

내 안의 따뜻함이

사라지지 않도록,

내 안의 인간다움이

조금씩 더 단단해지도록.

어르신의 손을 잡을 때,

그분의 눈빛을 마주할 때,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낀다.

그분의 삶에 닿는 순간,

내 삶도 조금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을 향한 마음이 살아 있다는 건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무심하지 않은 것.

누군가의 기쁨 앞에서

함께 웃을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지켜내려는 의지가

내 안에 여전히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곁에 머무르기로 한다.

잘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있으려는 사람으로.

그 마음이

내가 인간이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니까.

그 마음이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고,

나 자신을

조금 더 사람답게 만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마음을 지키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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