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기억하는 순간
작가는 글을 쓸 때마다 자기 안의 기억을 꺼내어 다시 빛을 비춘다.
그것은 과거의 나를 다시 만나는 일이자, 지금의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확인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종종 글을 쓰기 전, 아주 조용히 내 마음이 머물렀던 순간들을 불러낸다.
그것은 기쁨이나 슬픔, 혹은 사소한 따뜻함처럼 언뜻 보기엔 별것 아닌 파편이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나를 작가로 이끄는 힘이 된다.
나는 “내 마음을 기억하는 순간”이야말로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매일의 일상은 흔적도 없이 흘러간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그 흔적을 붙잡아 언어로 새기려 한다.
예를 들어, 어릴 적 할머니의 손등에 남아 있던 주름을 바라보던 순간을 기억한다.
그 손은 늘 무언가를 쥐고 있었고, 나를 쓰다듬던 온기가 있었다.
나는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릴 때마다, 내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기억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마음을 붙잡고 기억하는 일은 곧 나를 돌아보는 일이 된다.
때로는 글을 쓰며 잊고 있던 나의 상처를 마주하기도 한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끝내 외면했을 감정이 글 속에서 살아나고,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두려움, 서운함, 외로움도 기록되는 순간, 그저 흘러가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살았던 증거’가 된다. 그래서 나는 쓰는 일 자체가 치유라고 믿는다.
그것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결과물이기보다, 나 자신을 지켜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내 마음을 기억하는 순간”은 또한 타인과의 연결이 된다.
내가 느낀 감정은 나만의 것이지만, 그것을 진솔하게 풀어냈을 때 누군가는 자기 마음을 비추는 거울처럼 읽어낸다. 독자가 “나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라고 속삭일 때, 글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공감의 언어가 된다.
그리고 그 공감은 나에게 다시 쓰고 싶게 만드는 힘을 준다.
결국 작가의 꿈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작은 마음의 울림을 나누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며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니,
내가 가장 오래 붙들었던 것은 화려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소한 감정의 결이었다.
길을 걷다 바람이 불어와 머리칼을 스치는 순간,
낯선 사람의 미소에서 위안을 얻은 기억,
나 혼자라고 생각했던 저녁에 누군가 건네준 짧은 안부.
이런 순간들이 글이 되고, 그 글은 다시 내 마음을 기억하게 만든다.
이제 브런치가 1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나는 다시 묻는다. 작가의 꿈이란 무엇일까.
나에게 그것은 ‘잊히지 않도록 기록하는 힘’이고, ‘내 마음을 기억하는 용기’이다.
세상은 변해도, 내가 내 마음을 기억하는 순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 기억이 쌓여 내 글이 되고, 내 글은 또 다른 이의 기억을 깨운다.
결국 작가로 산다는 것은 매일의 작은 마음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며, 그것을 세상과 나누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다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잔잔히 울려오는 순간을 붙잡는다.
그 순간이야말로 내가 쓰는 이유이며, 작가의 꿈을 지탱하는 가장 진실한 뿌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