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늦게 피는 꽃은 향기가 깊다’

부제: 내 속도로 피워가는, 나만의 꽃.

by YEON WOO

나는 지금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고 있다.

치매를 이해하고, 돌봄을 실천하기 위해

책을 펴고, 강의를 듣고, 글을 쓴다.

누군가는 말했다.

“이제 와서?”

“좀 늦지 않았어요?”

맞다. 조금, 아니 꽤 늦었다.

하지만 늦게 피는 꽃은 더 깊은 향기를 낸다.

한참을 기다리고, 참아낸 시간들이

고스란히 그 꽃잎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속도가 아닌, 방향을 따라 걷고 있다.

남들보다 느리게 가더라도 단단하게,

한 걸음씩 쌓아가고 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많이 듣고, 더 깊이 느끼려 한다.

지식보다 중요한 건

사람을 향한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돌봄의 길에서 나는 스스로를 가장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어르신을 위한 공부이자, 결국은 나를 위한 공부였다.


꽃은 누구보다 빨리 피지 않아도 된다.

내 시간에 맞춰 피면 된다.

그리고 그 향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조급함 대신 기다림을 품고,

비바람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나는 나만의 계절을 준비한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아도,

내가 피는 순간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찬란함이 된다.


그 향기는

누군가의 지친 하루를 위로하고,

또 다른 꽃이 피어날 용기를 건넨다.

그러니 늦었다고 슬퍼하지 말자.

아직 피지 않았다고 불안해하지 말자.


꽃은

자신의 때를 알고 있고,

그때가 오면

세상은 그 향기로 물든다.

그 향기는 말없이 퍼져나가

마음을 어루만지고,

지친 영혼을 살며시 감싼다.

누군가는 그 향기에 멈춰 서고,

누군가는 그 향기에 눈물을 흘린다.

그저 피어났을 뿐인데,

그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것.

그것이 꽃이 가진 힘이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내가 피어날 그 순간도

누군가에게 작은 빛이 될 수 있음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나의 향기를 세상에 남길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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