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오늘은 햇빛이 기분이네요’

부제 : 말보다 마음이 먼저인 날들.

by YEON WOO

창가 쪽 휠체어에 앉은 어르신이

햇빛을 바라보다가 혼잣말처럼 말씀하셨다.

“오늘은… 햇빛이… 기분이네요.”

말이 조금 어긋나 있었다.

‘햇빛이 좋다’도 아니고

‘기분이 좋다’도 아니고

햇빛이 곧 기분이라니.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이상하게도 가슴이 뭉클했다.

어르신은 그날 햇살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단어는 엉켰지만, 감정은 분명했다.

어쩌면 치매라는 병이 언어의 문을 하나씩 닫아갈지라도,

감각과 감정은

새로운 문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햇살의 따뜻함이 어르신의 마음속에도 퍼져 있었던 것이다.

말은 잊을 수 있다.

단어는 흩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날,

그 햇살이 전한 기분은 그분에게,

그리고 나에게 오래도록 남았다.

창가에 앉아 계시던 그분은

말없이 햇살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옆에 앉아

같은 햇살을 함께 느꼈다.

그날의 햇살은

유난히 부드럽고 따뜻했다.

마치 오랜 침묵을 감싸주는 듯한

포근한 기운이었다.

그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그 미소는

말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분의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스며든 온기,

그날의 햇살처럼

부드럽고 깊은 감정이었다.

나는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었다.


돌봄은

무언가를 해주는 일이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함께 느끼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그날 처음으로 깊이 깨달았다.

그 햇살은

그분의 마음을 조금 더 열게 했고,

내 마음도

조금 더 단단해지게 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같은 빛을 바라보며

같은 온기를 나누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햇살을 볼 때마다

그분의 미소를 떠올린다.

그 미소는

내가 걸어가는 이 길에

작은 확신이 되어주었다.


돌봄은

햇살처럼 조용히 스며들어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그 따뜻함은

오래도록 남아

삶의 한 장면이 된다.

그날의 햇살처럼,

그분과 나 사이에 흐르던 그 온기처럼,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곁에 조용히 머무른다.

그 조용함은 무언가를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저 그 사람의 리듬에 내 마음을 맞추기 위한 배려다.

말을 건네지 않아도, 무언가를 도와주지 않아도,

그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로가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분이 숨을 고르는 시간,

생각에 잠긴 표정,

창밖을 바라보는 눈빛.

그 모든 순간에 나는 조용히 함께 있다.


돌봄은

존재의 언어다.

내가 여기 있다는 것,

당신을 향해 마음을 열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가장 깊은 돌봄이 된다.

나는 그 곁에서 내 마음도 함께 정돈된다.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조용히 깨달아간다.

오늘도 나는 그분의 하루에

작은 온기를 더하고,

그분의 마음에 작은 평온을 심는다.

그리고 그 곁에 머무는 시간 속에서

나 역시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간다.

그 따뜻함은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조금씩 스며드는 온기다.

말보다 깊은 눈빛으로,

행동보다 조용한 기다림으로,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숨결이 된다.

때로는

그 사람의 슬픔을 함께 짊어지고,

때로는

기쁨을 조용히 바라보며 웃는다.

그렇게 나는

누군가의 곁에서 조금씩 자라난다.

더 단단해지고, 더 부드러워진다.

세상이 빠르게 흘러가도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그저 한 사람의 곁에 진심으로 머무는 것,

그것이 내가 지키고 싶은 삶의 방식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머물렀던 그 자리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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