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향기는 마음의 저장소다.
“이 냄새… 어디선가 맡아봤어요.”
식사 준비가 한창이던 오후,
주방 쪽에서 퍼져 나온 된장국 냄새에
어르신이 멈춰 서며 중얼거리셨다.
눈빛은 멍하니 먼 곳을 보고 있었지만,
그 안엔 무언가가 떠오른 듯한 희미한 반짝임이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혹시 생각나는 게 있으세요?”
그분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여셨다.
“어릴 적…
엄마가 장독대에서 꺼내 끓이던 된장 냄새 같아요.
… 그때는 배고팠지만 따뜻했어요.”
말끝이 떨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알았다.
기억은 사라져도, 감정은 남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감정은‘향기’라는 매개체를 타고 되살아난다는 것.
치매는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는 게 아니다.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한 감정들은 이렇게 불쑥,
된장의 향처럼,
비 오는 날 흙냄새처럼, 우리 곁에 돌아온다.
그분은 된장국 한 숟갈을 떠 드신 후,
작게 웃으셨다. “오늘… 고마운 날이에요.”
무슨 의미인지는 묻지 않았다. 그 말이면 충분했다.
그분의 눈가에 머문 잔잔한 빛,
입가에 번진 미소가
그 하루의 모든 이야기를 대신해 주었다.
된장국의 구수한 향이
작은 식탁 위에 퍼지고,
그분의 말 한마디가
공기마저 따뜻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분은 누군가의 안부를 들었을지도,
오래된 기억 속의 사람을 떠올렸을지도,
아니면 그냥
내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을지도 모른다.
그 이유를 알지 못해도
나는 그 순간을 소중히 간직한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그것이 진짜 온기라는 걸
나는 그분을 통해 배운다.
그날의 된장국은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깊은 맛이었다.
그분의 “고마운 날”이라는 말은
그 어떤 시보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나는,
그분의 곁에서
조용히 머무르며
그 따뜻한 하루의 일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