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기억은 잊혀도,
감정은 남는다.

부제: 치매 어르신과 나눈 눈빛 하나의 기억

by YEON WOO

“이 사람 누구야?”

어르신은 나를 바라보며 물으셨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 이름을 또박또박 부르셨던 분이셨는데,

그날은 전혀 알지 못하는 눈빛이었다.

그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름을 잊으셨다는 것보다

내가 그분의 세계에서 사라졌다는 느낌이 더 아팠다.

그런데 잠시 뒤,

내가 웃으며 “저예요, ○○예요” 하고 손을 살짝 잡자

그분의 눈에 따뜻한 빛이 잠깐 스쳤다.

“아… 참, 모르겠는데…

근데 당신 옆에 있으니까 마음이 편하네.”

그 한 마디에

나는 눈물이 날 뻔했다.

이름은 잊혀도,

감정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치매는 기억을 하나씩 지워가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은 감정을 통해 연결될 수 있다는 것.

그건 책이나 강의가 아니라

현장에서, 손을 잡은 순간에 알게 된 진실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기억 중심의 돌봄’에서

‘감정 중심의 돌봄’으로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

누군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 곁에 있는 내가 따뜻한 느낌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제는

눈빛을 더 자주 마주치려 한다.

손을 꼭 잡아보려 한다.

말로 설명하기보다

마음으로 느껴지도록 곁에 있으려 한다.

치매는 사람을 잊게 하지만,

사랑받았다는 감정은 끝까지 남는다.

그 감정을

내가 전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바로 돌봄이고, 나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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