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치매 어르신과 나눈 눈빛 하나의 기억
“이 사람 누구야?”
어르신은 나를 바라보며 물으셨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 이름을 또박또박 부르셨던 분이셨는데,
그날은 전혀 알지 못하는 눈빛이었다.
그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름을 잊으셨다는 것보다
내가 그분의 세계에서 사라졌다는 느낌이 더 아팠다.
그런데 잠시 뒤,
내가 웃으며 “저예요, ○○예요” 하고 손을 살짝 잡자
그분의 눈에 따뜻한 빛이 잠깐 스쳤다.
“아… 참, 모르겠는데…
근데 당신 옆에 있으니까 마음이 편하네.”
그 한 마디에
나는 눈물이 날 뻔했다.
이름은 잊혀도,
감정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치매는 기억을 하나씩 지워가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은 감정을 통해 연결될 수 있다는 것.
그건 책이나 강의가 아니라
현장에서, 손을 잡은 순간에 알게 된 진실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기억 중심의 돌봄’에서
‘감정 중심의 돌봄’으로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
누군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 곁에 있는 내가 따뜻한 느낌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제는
눈빛을 더 자주 마주치려 한다.
손을 꼭 잡아보려 한다.
말로 설명하기보다
마음으로 느껴지도록 곁에 있으려 한다.
치매는 사람을 잊게 하지만,
사랑받았다는 감정은 끝까지 남는다.
그 감정을
내가 전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바로 돌봄이고, 나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