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치매가 아닌 사람

부제 : 늙는다는 것,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남겨지는 것

by YEON WOO

치매라는 단어는 종종 사람을 병으로만 정의하게 만든다.

기억을 잃고, 이름을 잊고, 길을 헤매는 모습만을 떠올리며

우리는 그 사람을 ‘치매 환자’라 부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다.

병보다 먼저 존재했던 삶이 있고, 잊히지 않는 마음이 있다. 치매는 병이지만, 그 사람은 치매가 아니다.

나는 한 어르신을 기억한다.

이름은 자주 잊으셨지만,

손녀가 좋아하는 노래는 흥얼거리셨고,

아내가 좋아하던 국화꽃을 보면 눈시울이 붉어지셨다.

기억은 흐릿해졌지만, 감정은 또렷했다.

그분은 치매가 아닌 사람이다.

그분은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남편이었고, 친구였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의 사랑받는 존재다.

늙는다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남겨지는 것이다.

젊은 날의 웃음, 함께한 시간, 나눈 말들,

그 모든 것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다.

몸은 약해지고, 기억은 흐려져도,

그 사람이 남긴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 흔적을 따라 그 사람을 기억하고, 사랑한다.

치매는 삶의 일부일 뿐, 삶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병으로 사람을 정의하고,

그 사람의 존재를 축소해 버린다.

하지만 그 사람은 여전히 그 사람이다.

이름을 잊어도,

사랑했던 마음은 남아 있고,

함께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늙는다는 것은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많은 것을 남기는 과정이다.

나는 치매 어르신을 만날 때마다,

그분의 병이 아니라 그분의 삶을 보려 한다.

그분이 좋아했던 계절, 즐겨 입던 옷, 자주 하던 말투.

그 모든 것이 그분을 설명한다.

치매는 그분을 지우지 못한다.

오히려 그분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그분은 치매가 아닌 사람이다.

그분은 늙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남겨지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남겨진 마음은,

누군가의 삶을 따뜻하게 만든다.



작가의 이전글★ 74화   혼자 사는 노인의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