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그것은 사람을 살아있게 하는 일
“연우 씨.”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를 때,
나는 그 순간 존재를 확인받는다.
단순한 호명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향한 시선이 닿는 순간이다.
이름은 단어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흔적이고, 관계의 시작이며, 존재의 증명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지나친다.
얼굴은 보지만, 이름은 모른다.
이름을 모른다는 것은 그 사람을 모른다는 뜻이다.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삶의 배경으로만 두는 일이다.
하지만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 사람은 배경에서 주인공이 된다.
“할머니”가 아니라 “김영자 어르신”,
“아저씨”가 아니라 “박종수 어르신.”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을 삶의 중심으로 데려온다.
요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나는 이름의 힘을 자주 느낀다.
처음엔 “어르신, 식사하실게요”라고 말하던 내가,
어느 날부터는 “이순자 어르신, 오늘은 미역국이에요”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어르신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름을 불러주는 말속에는 존중이 있고,
기억이 있고,
사랑이 있다.
그 이름은 그분이 살아온 시간의 총합이고,
그분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그 사람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어르신도,
자신의 이름을 들으면 잠시 멈춰 선다.
그 이름은 그분의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는 마지막 등불처럼,
어둠 속에서도 빛을 낸다.
이름을 부르는 일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그 사람을 다시 이 세상에 불러내는 행위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살아간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름을 불러지며 살아간다.
그 부름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살아 있게 만든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그 사람을 향해 마음을 여는 일이고,
그 사람을 삶 속에 초대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
그 이름 속에 담긴 삶을 기억하며,
그 이름이 가진 힘을 믿으며.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그것은 사람을 살아있게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