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언어가 사라져도 감정은 남는다
말을 잃은 어르신과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무언가를 자꾸 ‘말로’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어르신은
내 말이 아닌
내 얼굴을, 내 눈빛을, 내 손의 온기를 보고 계셨다.
그리고 알았다.
이 돌봄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걸.
치매가 깊어질수록
언어는 점점 멀어지지만,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뻐할 땐 환한 미소로,
두려울 땐 움츠러든 어깨로,
고마울 땐 눈가의 잔잔한 주름으로
그들은 말하고 있다.
하루는 말이 거의 없으신 어르신과 함께 걷고 있었다.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던 오후였다.
나는 말없이 손을 내밀었고,
어르신은 망설이다가 천천히 내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우리는 어떤 말보다 더 확실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또 어떤 날은,
말을 잃은 어르신이 내 이름을 부르진 못했지만
내 얼굴을 보며 눈가에 미소를 머금고
내 팔을 가만히 쓰다듬으셨다.
그 작은 손길 하나에
나는 하루의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듯했다.
비언어적 소통은 돌봄의 또 다른 언어다.
말보다 솔직하고,
말보다 더 깊은 진심이
그곳에 담겨 있다.
눈을 바라보고,
미소를 나누고,
손을 마주 잡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서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말보다 더 큰 말은
침묵 속에서 태어난다.
돌봄은
그 ‘말없는 말’을 듣고
마음을 전하는 일이다.
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