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음’이 주는 희미하지만
강한 힘

by YEON WOO

어떤 마음들은 말로 구할 수 없고,

어떤 상처들은 아무리 좋은 문장도 닿지 않는다.

그런 순간에 남는 것은 결국 ‘함께 있음’이다.

말보다 뒤에 남고,

위로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힘.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작용하는,

묵직한 존재의 온기.

누군가 내 옆에 조용히 앉아 있을 때,

그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안정된다.

그 존재가 나의 아픔을 뚫고 들어와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고,

내 절망을 덜어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혼자 무너지지 않도록,

내 감정이 벼랑 끝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말없이 몸을 곁에 두어 주는 것이다.

이 ‘함께 있음’은 화려하지 않다.

기억에서 오래 남지도 않을 수 있다.

심지어 당시에는 잘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나중에 뒤돌아보면 알게 된다.

그 사람의 존재가 그때의 나를

얼마나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붙잡고 있었는지.

희미한 것은 약하다는 뜻이 아니다.

빛이 약해도 방향을 알려주듯,

존재가 조용해도 마음을 지탱해 준다.

말이 사라지고 시간이 흐르더라도,

함께 있었던 시간은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그 잔상이 어둠 속에서도 나를 끌어올리는 작은 힘이 된다.

그래서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된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위로는

대단한 말도, 완벽한 판단도 아니라는 것.

그저 그 시간의 자리에 함께 머물러 주는 것.

그 존재의 방식이야말로,

버티는 사람에게 가장 오래 남는 위로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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