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인생을 바꾸지는 않지만, 살아남게 도와줄 수 있다

작은 기적의 희망

by YEON WOO

나는 이제 안다.

말이 누군가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한 문장이 삶을 통째로 뒤흔들고,

모든 어둠을 걷어내고,

사람을 단숨에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은 현실에서 드물다.

말은 생각보다 연약하고,

사람이 안고 있는 무게는 너무 크다.

그래서 말만으로는 절망을 치유할 수 없고,

말만으로는 상처를 봉합할 수도 없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한동안 깊이 좌절했다.

그토록 애써 고른 문장이 결국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면,

말에 기대는 마음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하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말이 인생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살아남게는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을.

살아남는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오늘을 간신히 견디는 일,

무너지는 마음의 끝을 가까스로 붙잡는 일,

다음 한 시간, 다음 한 걸음,

다음 숨을 어떻게든 이어 가는 일.

그 작은 생존의 순간에는 때때로

아주 짧은 말 한 줄이,

당장 손에 잡히는 유일한 난간이 되기도 한다.

나를 완전히 구원하지는 못하지만,

떨어지지 않게 손끝을 붙잡아 주는 말.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버텨 볼까”라는 마음을 얇게나마 얹어주는 말.

그런 말들이 있다.

그 말들이 이어 붙인 작고 희미한 숨결들이

사람을 어떻게든 다음 날로 데려가곤 한다.

나는 그 사실을 믿는다.

말이 인생을 바꾸지 못해도,

삶의 끝에서

다시 돌아오게 하는 작은 끈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

우리는 그 작은 기적을 이미 몇 번이고 경험하며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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