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네가 여기 있다는 게, 고마워”

by YEON WOO

어떤 말들은 길지 않아도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

“지금 네가 여기 있다는 게, 고마워.”

이 문장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온도를 지닌 말이다.

이 말은 사람을 향해 어떤 역할도,

어떤 성취도 요구하지 않는다.

잘 해내지 않아도 되고,

버텨내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지금의 모습이 흐트러져 있어도 괜찮다.

그저 “여기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존재 자체가 고맙다는 말을 듣는 순간,

사람은 비로소 조금 숨을 고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자신이 짊어지고 온 무게가

누군가의 눈에는 단순한 부담이 아니라,

생존의 기록으로 읽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 말은 상대를 붙잡지 않는다.

대신 그 사람의 발아래에 아주 작은 자리 하나를 내어준다.

“너는 사라져도 되는 사람이 아니야.

너는 지금 이 자리에서,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소중해.”

이 말은 그렇게 조심스럽게 속삭인다.

우리는 종종 자기 자신에게 가장 잔인한 평가자가 된다.

‘더 잘해야 한다’,

‘더 강해야 한다’,

‘이 정도는 견뎌야 한다’는 목소리가

스스로를 몰아세운다.

그런 마음의 벼랑 끝에서 누군가 이런 말을 건넨다면

“네가 여기 있다는 게, 고마워”

그 말은 벼랑에서 발을 반 걸음쯤 뒤로 옮기게 하는 힘이 된다.

이 말이 특별한 이유는,

그 어떤 기대도 담지 않은 채

사람의 존재 그 자체에 빛을 비추기 때문이다.

지금의 모습 그대로도 충분하다는 단순한 진실을 조용히 확인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진실은,

어떤 날에는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한 줄의 문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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