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나이 듦은 잃는 것이아니라,다시채우는것이다

부제: 치매 어르신에게서 배운 삶의 품위

by YEON WOO


처음에는‘치매’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가 컸다.

기억을 잃고, 말이 줄고, 감정 표현이 흐릿해지는 병.

그래서 치매는‘사라져 가는 인생’처럼 보였다.

하지만 돌봄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그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어떤 어르신은

같은 이야기를 하루에도 몇 번이고 반복하신다.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그분이 살아온 세월과 기억의 조각들이

정겹게 담겨 있다.

나는 그 반복을‘귀찮음’이 아니라

그분만의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자기 이름은 가물가물해도

가족사진을 보면 환하게 웃으신다.

기억이 사라진 게 아니라,

마음에 새겨진 감정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노년은 잃어가는 시기가 아니다.

잃는 것보다, 더 깊이 채워지는 것들이 있다.

조급했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사소한 것도 감사하게 되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눈이 생긴다.

돌봄 속에서 나는 ‘늙는다는 건 후퇴가 아니라,

삶을 천천히 되새기며 풍요롭게 가꾸는 과정’ 임을 배웠다.

그리고 치매란,

기억이 아닌 존재의 가치로 사람을 바라봐야 한다는 걸

하루하루 실감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말씀하시지 않아도

그 존재 자체로 나를 가르쳐 주신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울림,

그분의 하루, 그분의 숨결,

그 모든 것이

내게 삶의 본질을 일깨워준다.

사람다움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작은 친절, 느린 걸음,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속에 있다.

그분을 바라보며 나는 배운다.

존엄이란 무엇인지,

존재 그 자체가 얼마나 귀한지를.

그리고 그 배움은

내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

돌봄은

결국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 안에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다.”

그 말이 오늘도

내 마음을 조용히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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