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치매 어르신에게서 배운 삶의 품위
처음에는‘치매’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가 컸다.
기억을 잃고, 말이 줄고, 감정 표현이 흐릿해지는 병.
그래서 치매는‘사라져 가는 인생’처럼 보였다.
하지만 돌봄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그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어떤 어르신은
같은 이야기를 하루에도 몇 번이고 반복하신다.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그분이 살아온 세월과 기억의 조각들이
정겹게 담겨 있다.
나는 그 반복을‘귀찮음’이 아니라
그분만의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자기 이름은 가물가물해도
가족사진을 보면 환하게 웃으신다.
기억이 사라진 게 아니라,
마음에 새겨진 감정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노년은 잃어가는 시기가 아니다.
잃는 것보다, 더 깊이 채워지는 것들이 있다.
조급했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사소한 것도 감사하게 되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눈이 생긴다.
돌봄 속에서 나는 ‘늙는다는 건 후퇴가 아니라,
삶을 천천히 되새기며 풍요롭게 가꾸는 과정’ 임을 배웠다.
그리고 치매란,
기억이 아닌 존재의 가치로 사람을 바라봐야 한다는 걸
하루하루 실감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말씀하시지 않아도
그 존재 자체로 나를 가르쳐 주신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울림,
그분의 하루, 그분의 숨결,
그 모든 것이
내게 삶의 본질을 일깨워준다.
사람다움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작은 친절, 느린 걸음,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속에 있다.
그분을 바라보며 나는 배운다.
존엄이란 무엇인지,
존재 그 자체가 얼마나 귀한지를.
그리고 그 배움은
내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
돌봄은
결국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 안에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다.”
그 말이 오늘도
내 마음을 조용히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