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말하지 않아도 충분했던 순간들
“어르신, 오늘 기분 어떠세요?”
“…….”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분의 눈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괜찮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말을 통해 많은 걸 전하지만,
때로는 말이 전부가 아닌 순간들이 있다.
특히 돌봄의 현장에서는 더 그렇다.
어르신의 말수가 줄어들수록,
나는 더 조심스럽게 귀 기울였다.
눈빛, 손의 떨림, 미세한 표정 변화.
가끔은 아무 말 없이 손만 꼭 잡고 있는 시간이
가장 깊은 대화가 되기도 한다.
말로 위로하려 할수록 되레 거리가 생길 때도 있었기에,
나는 점점‘침묵의 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르신이 식사를 거부할 때, 조용히 그 곁에 앉아
같이 숟가락을 들기만 했던 어느 날,
말 한마디 없이 그분은 천천히 밥을 드셨다.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그날 알았다.
치매 어르신과의 돌봄은
‘말’보다는‘존재’로 하는 대화가 많다.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어버려도,
내가 곁에 있다는 따뜻한 기운은 느끼신다.
돌봄이란,
말하지 않아도 서로 느낄 수 있는 신뢰의 온도.
나는 오늘도 말을 아끼고, 침묵을 존중하고,
가만히 곁을 지키며 그분의 마음을 듣는다.
그 마음은
때로는 눈빛으로,
때로는 떨리는 손끝으로,
아주 조용하게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그 조용함을
소중하게 받아들인다.
무언가를 말해야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이
진짜 마음이라는 걸 알기에.
돌봄은
무언가를 해주는 행위보다,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그분이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그저 곁에 있으면서
조금씩 알아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도 조용히 변화한다.
더 느긋해지고, 더 깊어지고,
더 사람다워진다.
돌봄은 결국,
서로를 향한 조용한 사랑이다.
말 없는 사랑,
그러나 가장 진실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