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늙는다는 것의 존엄’

부제: 존재는 언제나 존중받아야 한다

by YEON WOO

“이제 난 쓸모없어.

죽는 게 민폐 안 끼치는 길이지.”

어르신의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내가 돌보는 대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듣는 순간이었다.


그 말속에는 지워진 자존감, 외면당한 존재감,

잊힌 인간의 존엄이 담겨 있었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몸이 약해지는 것이고,

때론 기억도 흐릿해지고,

할 수 있는 일도 줄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존엄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사람이 늙는다고 해서

존중받을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을 살아낸 사람에게

우리는 더 깊은 존경을 보내야 한다.


나는 돌봄을 통해 배운다.

단순히 누군가를‘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지켜주는 일이라는 걸.

식사를 도와드릴 때도, 기저귀를 갈아드릴 때도,

작은 부탁을 수백 번 반복해 들어줄 때도,

내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은

그분의 존엄을 지켜주는 일이다.


한 어르신이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해주신 적이 있다.

“넌 날 사람으로 대해줘서 고마워.”

그 말이 내가 돌봄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작은 빛이었다.

그 한마디에

지친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고,

내가 건넨 모든 조용한 마음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돌봄은

때로는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흘러가는 시간 속에 머물러야 하는 일이지만,

그 작은 빛 하나가

내 안의 온기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 말은

내가 사람답게 대하려 했던 순간들이

누군가에게는

존엄을 회복하는 시간이었음을 알려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곁을 지킨다.

말보다 마음을 먼저 건네고,

행동보다 존재를 먼저 존중하며.

그 작은 빛 하나가

내 안에 오래도록 머물러

다시 누군가를 향해

따뜻하게 손을 내밀게 한다.


돌봄은 그렇게,

작은 말 하나로 이어지고,

작은 마음 하나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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