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존재는 언제나 존중받아야 한다
“이제 난 쓸모없어.
죽는 게 민폐 안 끼치는 길이지.”
어르신의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내가 돌보는 대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듣는 순간이었다.
그 말속에는 지워진 자존감, 외면당한 존재감,
잊힌 인간의 존엄이 담겨 있었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몸이 약해지는 것이고,
때론 기억도 흐릿해지고,
할 수 있는 일도 줄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존엄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사람이 늙는다고 해서
존중받을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을 살아낸 사람에게
우리는 더 깊은 존경을 보내야 한다.
나는 돌봄을 통해 배운다.
단순히 누군가를‘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지켜주는 일이라는 걸.
식사를 도와드릴 때도, 기저귀를 갈아드릴 때도,
작은 부탁을 수백 번 반복해 들어줄 때도,
내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은
그분의 존엄을 지켜주는 일이다.
한 어르신이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해주신 적이 있다.
“넌 날 사람으로 대해줘서 고마워.”
그 말이 내가 돌봄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작은 빛이었다.
그 한마디에
지친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고,
내가 건넨 모든 조용한 마음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돌봄은
때로는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흘러가는 시간 속에 머물러야 하는 일이지만,
그 작은 빛 하나가
내 안의 온기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 말은
내가 사람답게 대하려 했던 순간들이
누군가에게는
존엄을 회복하는 시간이었음을 알려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곁을 지킨다.
말보다 마음을 먼저 건네고,
행동보다 존재를 먼저 존중하며.
그 작은 빛 하나가
내 안에 오래도록 머물러
다시 누군가를 향해
따뜻하게 손을 내밀게 한다.
돌봄은 그렇게,
작은 말 하나로 이어지고,
작은 마음 하나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