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함께하는 마음이 전문성을 이긴다.
돌봄을 처음 배울 때, 많은 것이‘기술’로 설명됐다.
이불을 갈아입히는 법, 식사를 돕는 손의 각도,
체위를 변경하는 간격과 자세...
하나하나 중요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가 빠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식사를 거부하던 한 어르신이
내가 이름을 부르며 눈을 맞추자 숟가락을 드셨다.
그때 깨달았다. 기술보다 먼저 필요한 건 관계였다.
관계는 기술보다 느리다. 시간이 걸리고, 실수가 생기고,
마음이 앞서다 보면 서툰 행동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진심은 전해진다.
말이 어눌해도, 손이 어색해도, 진짜 마음은 느껴진다.
기억을 잃어가는 어르신에게 내가 누군지 설명하는 대신,
"지금 이 순간 함께 있어요"라고 말하며 눈을 맞추면
그분도 가만히 웃는다.
돌봄은 전문적인 훈련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리 놓기다.
우리는 누군가의 수발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를 함께 살아주는 사람이다.
그들의 아침을 맞이하고,
그들의 오후를 함께 걷고,
그들의 저녁을 조용히 감싸 안는 사람.
단순히 돕는 존재가 아니라,
그 삶의 리듬에 귀 기울이고,
그 감정의 결을 함께 느끼는 동행자.
돌봄은
일이 아니라 관계이고,
책임이 아니라 마음이다.
그 마음이 있기에
우리는 그들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때로는 말없이,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눈물로 이어지는 하루 속에서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삶을 함께 살아내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 사실이
돌봄을 가장 사람답게 만드는 이유다.
돌봄은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사람이 되어주는 일이다.
그 마음이 이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의 하루를 함께 살아간다.
그것이 가장 인간다운 방식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