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치매는기억을잃는병이아니라,관계를잊는병입니다'

부제: 기억보다 더 중요한 건‘당신과 나의 연결감’입니다.

by YEON WOO

“누구세요?”

익숙한 얼굴, 익숙한 손길, 그러나 낯선 질문.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시간은

그 질문과 마주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서운할 수도 있고, 슬플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나는 자주 생각했다.

정말 잊은 걸까? 아니면 기억의 방식이 달라진 걸까?

어느 날, 말수가 거의 없던 한 어르신이

내 손을 가만히 잡으며 말했다.

“당신 손 따뜻하네... 우리 아들도 손이 따뜻했지.”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비록 이름은 잊었을지라도,

그분은 온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돌봄의 언어는 꼭 말이 아니어도 된다.

눈빛, 손길, 표정 하나에도 마음이 담길 수 있다.

그제야 깨달았다.

치매란 단지‘기억을 잃는 병’이 아니라,

서로를 잊지 않기 위해 다시 연결하는 여정이라는 걸.

우리가 매일 해드리는 인사,

같은 질문에도 다시 대답해 드리는 이유,

그 모든 반복은 결국

“당신은 여전히 존중받고 있어요”라는 메시지다.

치매는 관계의 병이고, 그 관계를 이어주는 다리는

바로 돌봄 하는 우리의 태도와 진심이다.

말보다 먼저 닿는 눈빛,

정해진 시간보다 오래 머무는 마음,

그 모든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조용한 다리가 된다.

그 다리는

무너질 듯 흔들릴 때도 있지만,

진심이 담긴 태도 하나로

다시 단단해지고, 다시 이어진다.

돌봄은

그 다리를 건너는 일이다.

상대의 세계로 조심스럽게 들어가

그들의 고유한 리듬에 맞춰 걷는 일.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를 사람답게 만들어간다.

그 다리는

기술로 만들 수 없고,

매뉴얼로 유지할 수 없다.

오직 마음으로만 놓을 수 있고,

오직 태도로만 지켜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다리를 놓는다.

조용히, 천천히, 그러나 진심으로.

그리고 그 다리 위에서

우리는 다시 만난다.

사람으로,

존재로,

함께 살아가는 이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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