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사랑은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는 것을 믿습니다.
“저 사람은 누구지…?”
“아, 그래도 저분 참 다정한 분이야.”
이 두 문장은 어르신들이 나를 볼 때 자주 하시는 말이다.
이름은 잊어도, 우리가 나눈 감정의 기억은 잊지 않으신다.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사랑은 기억보다 오래 남는 감정이라는 걸.
한 어르신은 늘 나를‘간호사 양반’이라 부르셨다.
나는 간호사가 아니었지만,
그분에게 나는 늘 곁에 있는 따뜻한 사람이었기에
그렇게 불러주신 걸 거다.
돌봄의 현장은 사라져 가는 기억 속에서도
작은 사랑의 조각들이 피어나는 곳이다.
식사를 도와드릴 때, 작은 손등을 쓰다듬을 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때, 그 눈빛 속에서,
나는‘기억’은 없을지라도 ‘감정’은 남아 있음을 본다.
사랑은 구체적인 장면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예전에 우리 딸도 이렇게 손 잡아줬어.”
“그 사람 참 착했지…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웃는 얼굴이 참 좋았어.”
그럴 때마다 나는 뭉클해진다.
내가 이곳에서,
사라져 가는 기억의 빈자리를
사랑으로 채워드리고 있다는 걸 느낀다.
잊히는 이름들, 흐릿해지는 얼굴들,
조각조각 흩어지는 시간 속에서도
그분의 존재는 여전히 따뜻하게 살아 있다.
나는 그 빈자리를
말없이 감싸 안으며,
그분이 잃어가는 것들을
함께 기억하고,
함께 품는다.
돌봄은
기억을 되돌리는 일이 아니라,
기억이 사라져도
존재의 가치를 지켜주는 일이다.
그분이 누구였는지를
넘어서,
지금 이 순간
그분이 누구인지를
사랑으로 바라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말보다 오래 남고,
기억보다 깊게 스며든다.
그분의 눈빛 속에,
손끝의 떨림 속에,
나는 그 사랑이 닿고 있다는 걸 느낀다.
내가 이곳에서
그분의 하루를 함께 살아가며
사라져 가는 것들 사이에
작은 온기를 남기고 있다는 것.
그것이 내가 사람답게
돌보고 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