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 김다미 주연의 이태원 클라쓰가 요즘 인기입니다. JTBC 금토드라마인데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10%를 넘겼다고 하더군요.
저는 웹툰 좋아하는 딸아이 덕분에 '이태원 클라쓰'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웹툰이 드라마화된 경우가 지금까지 50여 편 가까이 된다고 하던데요. 웹툰 원작자가 드라마 대본까지 맡은 경우는 '이태원 클라쓰'의 조광진 작가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웹툰과 거의 동일하게 시작이 되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드라마 설정에 맞게 새로운 장면이나 내용들이 추가가 되는 모양이에요.
'이태원 클라쓰'는 착하고 정의감 넘치는 박새로이(박서준)가 대형 프랜차이즈 '장가'의 회장 아들과 악연으로 얽히면서 시작됩니다. 전학 간 첫날 회장 아들이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히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한 박새로이가 주먹을 날리고 5분 만에 퇴학을 당하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박새로이 아버지는 회장 아들이 낸 차 사고로 죽게 됩니다. 이 일로 박새로이가 회장 아들을 마구 패는데요. 설상가상 살인 미수 적용으로 수감되고 말지요. 박새로이가 회장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회장 아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았거든요.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잃고 감옥에 가게 된 박새로이. 그는 감옥에서 '장가' 회장의 자서전을 날마다 들여다보고 외우며 출소 날만을 기다리는 고집과 신념에 찬 젊은이입니다. 출소 후 7년간의 원양어선 선원 생활로 창업 자금을 모은 박새로이는 이태원에 실내 포장마차 '단밤'을 오픈합니다. 바로 원수 '장가'의 거대한 장가포차 건물 앞에 말이지요.
장사 좀 해볼까 하는 상황에서 박새로이 후배의 잘못된 판단으로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합니다. 결국 영업정지 2개월까지 당하게 되는데요. 그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인정합니다. 책임을 미루지 않아야 권한까지 같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박새로이. 그렇게 멋진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박새로이(박서준)한테 피해를 준 미성년자 중 한 명이 바로 조이서(김다미)입니다. 조이서는 소시오패스 천재 소녀로 나오는데요. 70만 팔로우를 지닌 SNS 스타겸 파워블로거입니다.
박새로이에게 반한 조이서가 가게 '단밤'에 매니저로 합류하면서 영업정지 2개월에도 불구하고 가게는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을 합니다. 김다미는 영화 '마녀'에서 보여준 연기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데요. 조광진 작가에게도 찬사를 받을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해석 능력을 가지고 있어 보여요.
이 웹툰이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는 주인공 박새로이의 인간적인 면모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 덕분입니다. 게다가 박새로이 역할을 맡은 박서준 역시 싱크로율 100%를 자랑합니다.
성공을 할 때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성공을 관리할 수 있다고 하지요. 그러나 실패했을 때 실패를 관리하는 건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 어려운 실패 관리 능력이 박새로이에게는 있습니다. 실패 관리를 하는 힘과 더불어 그 실패에서 기회를 보아 낼 줄 아는 능력까지 지녔습니다.
에디슨이 전구를 만들기 위해 3000번의 실패를 했을때 그의 조수가 에디슨에게 묻죠. "왜 포기하지 않는 겁니까?" 그 질문에 에디슨이 답을 해요. "전구를 만들어 내지 못할 3000개의 재료를 알아낸 것이지 실패를 한 게 아니니까."
실패를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실패'란 있을 수 없습니다. 퇴학을 당해도,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전과자가 되어도, 가게가 영업정지를 당해도 박새로이는 주춤대면서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아요.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면서 자신의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봅니다. 문제를 피하거나 탓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도록 자신의 그릇을 단단하고 크게 키워 나갑니다.
그의 목표는 '장가'라는 거대한 프랜차이즈를 눌러 버릴 사업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장가' 회장의 눈에는 거론할 가치도 없어 보이는 애송이에 불과할지 모르지만요. 박새로이는 '장가' 의 주식이 폭락할때 아버지의 사망 보험금으로 그 주식을 사서 모아놓을 정도로 치밀한 계획을 지닌 승부사입니다.
현실적인 조건으로 보면 아직까지는 불리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박새로이지만요. 자신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목표를 세우고 묵묵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긍정의 꽃을 피우는 청년, 박새로이. 신체와 정신 모두 완벽하게 건강한 그에게서는 자신의 삶을 크게 기대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빛남이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절대 낮게 잡지 않고 올바른 신념으로 인생을 차근차근 바꿔나가는 중졸 전과자. 박새로이. 만화적 상상력을 뛰어넘어 현실에서도 이런 캐릭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삶은 자신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는 사람에게 많은 것을 준다고 하니까요. 우리도 스스로에게 많은 것을 기대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