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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Jan 31. 2020

갈등은 피하는 게 아니라 복구하는 것이다

갈등은 어차피 생길 수 밖에 없다.


갈등 중재자에서 갈등 회피자로 산다고?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입니다. 말다툼이 나면 친구들은 종종 저를 부르곤 했습니다. 자신들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들려주며 잘잘못을 가려달라고 부탁했지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던 시절이었습니다.


친구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떤 날은 명확하게 누구의 잘못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아닐 때도 있지요. 잘못이 있건 없건 간에 결론은 완벽한 화해로 끝맺음을 하는 게 제 나름의 원칙이었어요. 당시의 저는 중재자 역할을 꽤 잘 했던 것 같습니다.


그 후에 사춘기를 거쳐 어른이 되어가면서 때론 갈등의 중심에 서는 일도 겪게 되었는데요. 제3자일 때는 몰랐던 당사자의 억울함과 고통을 절감하면서 괴로웠지요.


물론 그 시간들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갈등의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애썼습니다. 아니, 갈등이 생길 듯하면 무조건 회피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인성의 문제가 아닌 차이의 문제.



사람들은 누군가와의 갈등 상황이 생기는 것을 싫어합니다. 현명하게 잘 해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상황 자체를 피곤해하며 외면해 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갈등을 현명하게 잘 해결하는 쪽이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는 유형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관계 형성이 늘 건강하게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인정해야 할  듯 합니다.


갈등葛藤은 칡나무를 뜻하는 '갈'과 등나무를 뜻하는 '등'이 합쳐져서 된 단어입니다. 칡나무는 물체를 왼쪽에서부터 감아 올라가고 등나무는 물체의 오른쪽에서부터 감아 올라간답니다. 방향이 정반대이니 당연히 서로 엉킬 수밖에 없겠죠.


갈등이 풀리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면 분노와 미움이 쌓이게 되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분노와 미움은 갈수록 늘어나면서 증오, 혐오, 경멸 등의 다른 감정으로 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게 됩니다. 한번 생긴 이런 감정들은 응집력과 지속력이 강해서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고 해요.


감정의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 갈등을 풀기 위해서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갈등은 한 사람의 일방적인 인성 문제라기보다는 서로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가치관이나 취향, 대화방식의 차이가 빚어내는 쌍방 간의 문제로 인식을 해야 갈등 해결을 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갈등 대처 방식,
우리 모두 해봤던 거죠.

 


갈등은 회피가 아니라 복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칡나무 등나무 얽히듯 배배 꼬인 갈등을 풀어 본 경험이 얼마나 있느냐가 관계 회복력을 좌우한다고 해요. 그러니 갈등 한번 겪지 않았다고 자랑할 일도 아니고, 갈등을 매번 피하며 살아왔다고 자랑할 일도 아닙니다.


건강한 사람들은 작은 싸움을 절대 확대시키지 않으며, 싸웠다고 해도 절대 각자의 역할을 흐트러뜨리지 않습니다. 가정 내에서 아이, 남편과의 갈등, 가족들과의 갈등부터 친구와 동료, 지인들과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형태의 갈등이 있었을 겁니다.


그때마다 갈등을 대하는 대처 방식이 이런 식으로 잘못된 적은 없었을까요? 상대를 무작정 바꾸려 하거나 갈등 해결 능력이 없어서 관계를 끊어버리거나 상대가 문제 있는 사람임을 입증해 내려고 애썼던 적. 아무리 없어도 한 번쯤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잘못된 대처 방식을 벗어나 갈등 회복력을 높여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생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상대를 이기는 것보다, 누가 틀리고 맞냐보다 서로 간의 '연결'을 중시해서 해결책을 함께 찾으려는 자세 말이지요.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하게 하는 자아의 경계를 '바운더리'라고 한다는데요. 바운더리가 건강한 사람은 사실관계나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는 '서로의 마음'에 주목을 한답니다. 그래서 상대의 마음이 어떠한 상태인지를 헤아리는 것이지요.


서로의 마음을 최우선으로 들여다보는데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러게 갈등은 무조건 피하고 봤어야지...' 후회와 한탄과 책망의 말을 하는 게 갈등 해결을 하는 것보다 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평생 갈등 한 번 없이 살아갈 수 없다면 어렵더라도 갈등 회복력을 키워서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요?


<관계를 읽는 시간>을 읽고 있는 중인데 생각이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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