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하LeeHa Jan 28. 2020

결정 못하는 당신을 답답해 했어요

선택의 패러독스, 햄릿 증후군

날마다 쓰던 물건만 또 쓴다



언젠가부터 저는 마트에 자주 가지 않고요. 간다고 해도 제가 늘 사는 물건 위주로 빠르게 삽니다. 주로 온라인 마켓에서도 자주 사는 상품만 기계적으로 장바구니에 담아요. 쓰던 물건만 지겹게 또 씁니다. 예전에는 마트에서 이 물건 저물건 구경하기도 했는데요. 물건들이 너무 많이 진열되어 있다 보니 이제는 무엇을 선택해야 좋을지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누구는 같은 제품이면 가장 비싼 걸 산다는 사람이 있는데요. 현명한 처사 같지는 않아요. 가성비를 따지는 시대에 가장 비싼 것이 가장 올바른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가성비 따진다고 물건 앞에서 시간을 하염없이 보내는 것도 낭비 중의 낭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택지가 많아도 문제.
선택의 패러독스



샴푸의 종류가 수십 종이 넘을 때 결심했어요. '수십 종을 꼼꼼하게 따져 볼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써보고 좋다는 걸 그냥 따라서 쓰자.'  결정 장애라고 생각했던 저는 결과적으로 10여 년 전부터 요즘 유행하는 상품 큐레이션 서비스를 잘 따르고 있었던 겁니다.


큐레이션이란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선별하여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서 전파하는 것을 말해요. 화장품 전문가가 추천하는 화장품. 여행 전문가가 추천하는 여행지. 그들의 추천에 따르면 선택하느라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되는 거죠.  '타인의 선택'을 '나의 선택'에 서비스로 이용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타인의 선택을 서비스로 이용하게 된 이유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정보의 양 때문이지요. 어느 정보가 나에게 유의미한 것인지 가려내는 데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을 두고 '데이터 스모그(data smog)'라고 한다는군요. 데이터들로 인해 앞이 뿌옇게 되는 현상. 너무 많은 정보는 정보가 아니라 공해로 작용될 수 있는 거죠.


'선택의 패러독스(the paradox of choice)'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우리는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만족스러운 결정을 방해한다는 현상이지요.  (중략)


선택지가 많으면 구경하는 재미는 있지만, 내 선택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이 커지기 때문에, 구매로는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중략) 보통 3~6가지 정도의 선택지를 주는 것이 가장 무난합니다.


<열두 발자국> 결정장애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중에서





결정 장애 자가진단법,
햄릿 증후군(hamlet syndrome)



1. 메뉴를 고를 때 30분 이상 갈등하거나 타인이 결정한 메뉴를 먹는다

2. TV프로그램을 선택하지 못해서 채널을 반복적으로 돌린다

3. 타인의 질문에 대부분 '글쎄' 또는 '아마도'하고 대답한다

4. 혼자서 쇼핑을 못하고 친구의 결정을 따른다

5.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해 일상생활에서 피해를 받는다.

6. 인터넷에 '이거 사도 될까요?' '오늘 뭐 먹을까요'등 사소한 질문을 올린다.

7. 누군가에게 선택을 강요받는 것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


일곱 문항 중 다섯 개 이상에 해당된다면 '결정장애'라고 합니다. 샴푸를 고르기 귀찮아하는 저는 결정장애는 아닌 것 같아요. 한번 테스트해 보세요~



햄릿 증후군(hamlet syndrome)은 삼촌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데려가자 햄릿이 '자살할 것인가, 삼촌을 죽일 것인가'를 놓고 며칠 밤을 고민하며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해서 생겨난 말이라고 합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사람을 표현할 때 '햄릿 증후군'을 쓴다는군요.


늘 정답을 맞히는 문제에만 길들여져 있고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으로 한번 미끄러지면 재기가 불가능한 사회구조로 바뀌게 되면서 선택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이것은 선택지가 많아서 선택을 미루는 선택의 패러독스와는 양상이 다르죠. 그러나 결국 선택을 못하고 헤매는 면에 있어서는 같습니다.



결정장애를 고치고 싶다면



이러한 햄릿 증후군이나 자신에게 관련된 중요한 문제들의 결정을 끝끝내 미루는 결정장애는 스스로의 욕망을 제대로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결정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되어야 하고요. 짧은 시간 안에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리는 연습을 끊임없이 해봐야 한다는 거지요.


또한 성장 마인드 셋(mindset.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합니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성장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요. 자신이 한 판단에 대한 책임지기를 두려워하지 않고요. 실패했어도 계속 도전하는 삶을 삽니다.


빠른 의사 결정은 망설이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를 떠올리면 빠른 결정에 더욱 도움이 됩니다.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늘 기억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의 사소한 결정을 못 할 일이 뭐가 있을까요?


결정장애로 시간을 하염없이 지체하지 말고 신속한 결정 후 더 가치 있고 소중한 일에 우리들의 시간을 쓰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결정장애는 마음가짐만으로도 너끈히 고칠 수 있는 증상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