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하다 보면 평상시 교류를 맺던 사람들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뿐만 아니라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과도 이웃이 된다.
그중에서 관심사가 비슷하고 공감대까지 형성되는 사람을 만나면 금세 친해지게 된다. 내게도 그런 사람들이 꽤 생겼다. 블로그를 하면서 좋은 점은 나의 세계가 이전과는 다르게 넓어졌다는 점이다. 좋은 사람들을 통해서 말이다.
몇 달 전 블로그 이웃 매력작가현님이 무료 테이블 강연회를 기획했다. 강사로 초빙된 분은 <말랑말랑 학교> 저자이신 착한재벌샘정 이영미 선생님이었다.
착한재벌샘정 이영미 선생님이 쓰신 말랑말랑학교.
선생님은 현직 고등학교 과학 교사이신데 지금은 휴직 중이시다. 그 휴직 기간 동안 강연료조차 받지 않으시는 건 물론이고 오히려 본인의 수고로움과 교통비까지 스스로 해결해 가며 전국을 누비신다.
많은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는 법’을 들려주신다. 그 덕분에 귀도 뇌도 마음까지도 말랑말랑해진다. 웃음과 눈물과 감동을 나누는 그녀만의 방식이 존경스럽다.
그렇게 무료 테이블 강연회에서 만나 뵙고 저자 사인을 받고 헤어졌는데 어느 날 블로그 댓글로 내가 쓴 청소년 소설을 잘 읽으셨다는 소식을 전해 주셨다.
쑥스러움 탓에 아직도 내가 쓴 책을 누군가에게 내밀지 못하는 나는 선생님을 만날 때 가방 안에 넣어 갔던 청소년 소설을 꺼내지도 못하고 도로 가지고 왔었다. 그랬는데 선생님 본인이 직접 구입하셔서 읽으신 후 좋았다는 말씀을 댓글로 남겨 주셨던 거다.
착한재벌샘정님은 수많은 블로거들의 멘토로 불린다. 멘토는 그냥 되는 게 아니다. 대가 없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 멘토 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거꾸로 말하면 이것저것 내 이익을 따지고 재고 돌려받을 걸 미리 계산하는 사람은 멘토가 되기에는 턱없다. 세상 어떤 멘토가 받을 것을 염두에 두고 범위를 정해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단 말인가. 아낌없이 주기에 그런 사람이 바로 멘토 될 자격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착한재벌샘정님처럼 말이다.
딱 한 번 스쳐 지나가듯 만난 사람의 책을 사서 읽고 댓글을 남긴다는 것. 그건 정말 정성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책을 쓴다는 것을 아는 친구와 친척과 주변인들이 있지만 그들 중 대다수가 내가 쓴 책을 읽지 않는다. 친한 것과 책을 읽는 것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처음 만난 사람의 책을 굳이 찾아서 그 바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읽는다는 건. 착한재벌샘정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렇게 감동을 주시는 선생님은 카톡으로도 일주일에 몇 번씩 좋은 글귀와 안부 글을 보내 주신다.
가끔씩 혼자 생각해 본다. 내가 대체 뭐라고. 착한재벌샘정님처럼 시간을 분 단위, 초 단위로 나눠 사시는 바쁜 선생님이 꼬박꼬박 잊지 않고 카톡을 보내 주실까? 하고 말이다.
매주 선생님의 긍정의 기운을 받는 나는 착한재벌샘정처럼 좋은 사람이 되어 누군가에게 도움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속하게 늘어난 대구. 그곳에 사시는 선생님이 걱정되었는데 선생님은 오히려 어수선한 분위기에 힘들어할 다른 분들 걱정을 먼저 하신다.
<말랑말랑 학교>가 많은 분들께 사랑을 받아서 증쇄에 들어갔다. 4쇄다.
그 기쁨을 착한재벌샘정. 선생님만의 방식으로 풀어내신다. 본인과 인연이 닿은 작가 10명의 책을 3권씩 구입하여서 각 저자의 사인 후 희망자에게 택배로 보내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시다.
그 작가 중 한 명이 내가 됐다. 내 책을 누군가에게 보낸다면 당연히 내가 구입해서 사인 후 선물로 보내겠다고 말씀드렸지만 선생님은 극구 사양하신다. 결국 내 통장으로 돈을 입금하셨다. 그 돈을 안 받으면 이벤트 참여 작가가 될 수 없다는 조건을 확실히 하셨다.
자신의 책이 사랑받아 증쇄를 하게 되는 기쁜 순간에 다른 작가들의 책을 구입하여 사람들에게 나눠 줄 생각을 하시는 선생님. 도대체 그런 깊은 마음은 어느 곳, 어느 별에서부터 오는 것일까?
손해 보지 않으려는 마음, 더 큰 것을 갖고 싶은 마음, 누구보다 먼저 차지하려는 마음, 이익이 없으면 버리려는 마음들이 넘쳐 나는 세상에서 선생님이 보여주시는 마음은 낯설면서도 눈물 나도록 따뜻하다.
받았으니까 준다는 마음은 정 없어 보이지만 받고도 주지 않는 흔하디흔한 마음들 속에서 한줄기 빛처럼 만나는 말간 얼굴을 한, 선생님의 고운 마음을 나는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맡겨 놓은 것 찾아가듯 받기만 하는 삶은 내 적성에는 맞지 않는다. 여태 그렇게 살아오진 않았던 것 같다.
받은 만큼 그 이상으로 나 역시 누군가의 삶에 ‘양지’로 남고 싶다. 상처 나고 젖은 마음을 다 드러내 놓고 이쪽저쪽으로 돌려가며 말릴 수 있을만한 마음자리 한 조각쯤은 내 안에 준비해 놓고 싶다. 나를 아는 그 누군가를 위해서. 착한재벌샘정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