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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Nov 17. 2019

계단오르기 운동효과.고전 한줄 필사

21층 계단을 날마다 오릅니다.


브런치를 9월 18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그 하루 전날인 17일부터 21층 계단 오르기를 했어요.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오르다 보니 62일째가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계단을 왜 오르냐고 물으시더군요. 건강해지고 싶어서 오른답니다.


저는 운동을 너무 싫어해서 그동안 정말 숨쉬기만 하고 살았거든요. 주로 집에서 누워 있는 걸 즐기는 사람이었어요. 몸이 아프다고 누워 있고, 기운 없다고 누워 있고. 늘 누워 있었는데 가면 갈수록 몸 구석구석 아프지 않은 데가 없더군요. 건강도 찾고 습관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계단 오르기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힘들지만 100일은 채우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몇 번 오르다가 그만 둘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관련 글을 썼다 말았다 했거든요. 60일 넘게 하게 될 줄은 저도 몰랐어요. 그럴 줄 알았으면 매일의 계단 일기를 썼을 텐데 말이죠. 그나마 날마다 오른 시간을 기록하며 일주일 단위로 인증사진을 모으기는 했거든요.


브런치에 통계란이 있는데요. 간혹 가다가 계단 오르는 것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이 있으신지 검색을 통해 제 브런치에 들어오시더군요. 그분들께 먼저 계단을 오른 사람으로서 그간의 경험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뤄놓았던 글들을 차례차례 올려볼까 합니다. (이런 것도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합니다만... 쿨럭)


참새와의 경쟁을 다짐했던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계단 오르기를 했습니다. 경쟁이라는 단어가 싫어서요. 아무래도 저는 참새와 친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제까지 26일을 올랐는데요. 여전히 계단을 오를 때마다 힘들고 숨차요. 이건 아마도 계단을 오르는 한 지속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힘든 게 싫으면 그만두면 되는데 그러면 체력이 절대 키워지지 않겠죠. 더 골골대며 힘들어할 상황이 닥칠 것을 아니까 포기도 어렵습니다.


저는 뜨거운 감자 하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요. 매일 어쩔 줄 몰라하면서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감자 옮기기에 바쁩니다. 그러다 보면 감자가 식던지, 손바닥이 뜨거움에 익숙해지든지 하겠죠. 너무 뜨거워 실수로 감자를 흙바닥에 떨어뜨렸다고 해도 먼지 툴툴 털어내고 후후 불어 내면 또 먹을만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만 뜨겁다는 이유로 버려 버리지는 않으려고 다짐합니다. 그 다짐을 확인하려고 뜨거운 감자 굴리듯 무거운 몸을 이끌어 계단 위로 굴렸던 한주였습니다.  





어제는 26일 차였는데요. 제가 지하주차장에서부터 올라오는 걸 너무너무 싫어합니다. 2층 더 늘어나잖아요. 더 운동되고 훨씬 더 건강해지고 다 필요 없고요. 저는 딱 21층만 오르겠다고 마음먹고 있는데 자꾸만 지하에서 올라올 일들이 생기는 겁니다.


1층까지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려니 오래 기다려야 해서 구시렁거리면서 계단을 올랐습니다.  그랬는데 최종 20초 정도 시간이 단축되었더군요. 23층 분량의 계단을 5분 전에 올라온 적은 어제가 처음이었어요. 그 사이 몸이 계단 오르기에 조금씩 적응되고 있었나 봐요. 계단 오르기의 운동 효과, 맞나요?!^^






계단 오르기를 할 무렵부터 '한 줄 필사'를 다시 해보려는 마음이 솔솔 피어나더군요. 이것도 운동 효과 중 하나라고 저는 우기고 있습니다. <채근담>을 한 단락씩 적고 있는데요. 많이 적으면 힘들어서 또 짜증이 날 것 같으니 하나씩만 적습니다.


손바닥만 한 노트에 한 단락 적고 빈칸을 남겨 놓았어요. 돈이 많아서 종이 낭비하는 건 아니고요. 언젠가 제 딸아이의 마음에 살랑살랑 훈풍이 불어와서 '본인도 필사를 해 보겠다'라는 기특하면서도 제정신 아닌? 멘트를 꺼낼 날이 올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그냥 한번 빈칸을 내버려 둬 봤어요. 따라 쓰면 모녀 공동의 <채근담> 필사 노트가 되는 것이고요. 아니면 뭐 저 혼자 쓰는 필사 노트인 거고요.


'절대불변' 원칙! 저는 그런 거 키우지 않습니다. 그런 걸 세워놓고 키울 때 정말 행복하지 않았어요. '세상 모든 것이 변하는데 한낱 미물인 내가 왜 바뀌지 않는 고집스러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해 불행을 자처하는가.....'  저를 날마다 수도 없이 깨 부셔서 이른 진리가 바로 '절대라는 건 없다'는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제 스스로에게도 딸아이에게도 '반드시, 꼭, 맹세코, 기필코 해내야만 해!!!'라는 명제를 주지 않습니다. 너무 하기 싫고 너무 힘들면 '도중에 그만둘 수도 있는 삶' '유연한 선택이 가능한 삶'을 지향합니다.





딸아이 임신했을 때 필사하던 명심보감이 가장 큰 형님이고요. 그 후에 이런저런 동양 고전을 사서 읽기도 하고 안 읽고 넘어가기도 하며 살아왔습니다. 오래된 책 표지의 먼지를 털어내고 하루 한 줄씩 천천히 읽어 보려고 합니다. 죽기 전까지는 다 읽지 않을까 싶네요. 절대 욕심내지 않습니다.


21층까지 계단을 오르고 고전 필사 딱 한 줄씩만 하며... 오늘도 종종 대는 참새처럼 생활하겠습니다. 참새를 친구라 생각하니 비유조차 '참새 눈물만큼'이라고 쓰기 싫어지네요.  

참새, 너!

이제 나랑 친구 먹은 거야~



https://brunch.co.kr/@yeon0517/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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