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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Nov 24. 2019

계단오르기 운동효과 30일 차

내 인생의 문 앞에서 버텨보겠다는 뜻


지난주 컨디션이 최악이라도 계단은 올랐습니다. '아니 아프다면서 21층 계단 오를 정도면 안 아픈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계단을 오르면 힘은 들지만 대신 밤에 잠은 잘 자거든요.


몇 년 전 제가 불면증과 가슴 두근거림, 심장이 찢어질 듯이 아픈 증세로 밤에 수십 번도 넘게 깼던 적이 있었거든요. 잠을 잤다고 할 수가 없을 정도로 힘든 시기였는데요. 그때 안정제와 수면제를 처방받아먹기도 했습니다.


올해 초에도 가끔씩 그 증세가 나타날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희한하게 계단을 오르고 난 다음에는 그런 증세가 사라졌습니다. 그러니 밤에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라도 징징대며 계단을 오릅니다.  





21층까지 계단을 올라서 집으로 들어오면 몇 분간은 멘탈이 왔다 갔다 하지만 33일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았다는 것에 의의를 둡니다.


약속 시간 직전 급한 마음에 계단을 오를 때는 21층을 3분 58초에도 올랐네요. 밤늦게 와서 계단을 오를 수 없겠다는 생각에 외출 직전 아예 계단 오르기를 먼저 합니다. 멘탈 가출한 채로 숨을 컥컥대며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가다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개 한 마리를 봤습니다. 큰 개라서 흠칫 놀랐어요. 주인이 약 사러 간 사이에 약국 문 앞에서 기다리나 보다 했죠.



'어우, 저 개. 뭐야? 개 줄이 없네.' 속으로 생각하며 슬슬 피했는데요.

앗, 진짜 개가 아니었어요.

동물 의약품 취급 약국 안내를 해주는 '장식용 개'였습니다.




이 개는 목에 '동물의약품' 팻말을 매단 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약국문 앞을 지키겠죠?! 이 길을 지나다니는 누군가는 처음에는 흠칫 놀라도 결국에는 '약국'과 '장식용 개'를 연관 지어 인식하게 될 겁니다.


'개'를 보고 저도 생각을 했습니다.


약국 문 지키는 개야!

나도 너처럼 내 인생의 문 앞에서 버텨 볼게.

좋은 습관으로 일상을 유지하며 내 인생을 보살펴 볼게.

약국 = 개처럼,

습관 = 내가

되도록 노력해 볼게.


 쓰다 보니 이게 시도 아니고 한탄도 아닌 것이... 영 그렇지만. 그때의 제 심정은 그랬습니다.


실제 개랑 완전 똑같은 '장식용 개'에게서 이렇게 한 수 배웠습니다. 저는 그거면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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