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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Nov 26. 2019

계단오르기 40일 차

믿음을 바탕으로 작은 행동 계속하기

요즘 제 브런치에는 '계단오르기 운동효과'를 알아보려고 검색하다가 우연히 찾아오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요. 관련 글들이 계속 읽히는 것을 보고 무시하고 미뤄두었던 '계단오르기' 이야기를 올립니다.


이러다가 '계단'관련 전문 작가가 되는 건 아닌가 싶네요.^^ 아무도 안 읽으시면 이런 밋밋하고 지루한 포스팅을 안 올렸을 거예요. 그런데 누군가 귀찮은 검색까지 한 후 제 브런치에서 글을 읽으시는 건 분명 '계단을 한번 올라볼까?' 하는 마음을 가지셨다는 거겠죠?!


아파트 21층까지의 계단을 계속 오르고 있는 저의 사소한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정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포스팅을 합니다. 저는 100일까지는 계단을 오를 예정입니다.


그 후에는 '계단'관련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계시면..... 헉.... 그때 가서 더 오를지는 고민해 보겠습니다. 왜냐하면 계단은 날마다 올라도 힘들기 때문이죠. ㅜㅜ  절대 안 쉽습니다. 그러나.... 또 오르면 오를만합니다.


중년 아줌마도 21층까지 올라다니는 계단. 그 계단 오르며 이런저런 생각을 곱씹습니다.

아주 사소하고 만만한 이야기, 시시해서 코웃음 날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입니다. 


아래는 40일 차까지 계단을 오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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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제 인생 여기저기를 뒤적여 봐도 '운동'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같은 행위를 매일 같이 반복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이틀에 한번, 사흘에 한번 하다가 전부 포기했었어요. '운동'은 내가 넘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야 하면서 말이죠.


그랬던 제가 어제까지 40일간 21층의 계단을 날마다 올랐습니다. 중간에 한 번쯤은 빼먹고 싶은 유혹도 있었지만 겨우겨우 극복했습니다.  그건 제 노력만으로 된 건 아니에요.


밤늦은 시간, 집에서 뭉그적대고 있으면 남편이 말해요.

"당신, 계단 올라야지."

"응?"

"블로그에 썼잖아. 그래놓고 안 하면 사람들 속이는 거지. 빨리 갔다 와요."

그렇게 말하는 남편은 소파에 길게 누워 있습니다.


'아, 진짜.'


딸도 말해요.

"엄마, 갔다 오면 내가 물 떠 줄게."

'나, 원래 물 안 마시는 사람이야.'



혼자만 알고 행하는 일은 며칠쯤은 살짝살짝 하지 않아도 티가 안 나요.  그런데 나 자신 외에 두 사람만 알게 되어도 '공동의 약속'처럼 바뀌어 버립니다.

'내가 저들에게 왜 말을 했을까? 블로그에는 뭐 하러 계단 오른다고 썼을까? 남편은 왜 자꾸만 내 블로그에 들어오는 걸까? '

머리를 막 쥐어박으면서도 오릅니다.





계단을 너무 오르기 싫은 날은 집을 나섰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르는 중간에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많이 생겨요. 속도도 안 나고 몸은 특히나 무겁고요. 그런 시간들이 몇 초, 길어야 몇 분이지만 참 괴롭습니다.


계단 오르며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너, 힘든 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했던 적이 있긴 있었니?'

별로 없었다는 걸 알기에 조용히 입 다물고 계단을 마저 오릅니다.


40일간 오르고 난 저의 경험을 말씀드려 보자면...

처음 시작 당시, 고통의 변곡점이었던 8층과 15층에서 저에게 변화가 생겼다는 겁니다. 거북이 친구 정도로 속도를  늦추는 일도 거의 없어졌어요.


그렇게 오르다 보니 중간에 속도를 크게 늦추지 않고도 21층까지 그대로 오르는 날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집에 오자마자 바닥에 널브러져서 비명 지르는 일도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힘들어도 조금 고상하게 행동해야지 하는 마음이 듭니다. 여유라는 것이 저에게도 생기는 중인가 봅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딱 40일이 걸렸네요. 조금 더 세월을 쌓다 보면 건강한 체력도 따라 생길 거라 믿습니다. 믿음 없이 시작하는 일은 대부분 하다가 중도에 그만둬 버렸거든요.


'믿음'을 바탕으로 한 '작은 행동' 계속 하기.


저는 다음 주 일요일에도 계단 올랐던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겁니다. 진심으로 그러길 바랍니다.




https://brunch.co.kr/@yeon051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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