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오르기 하면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제 자신을 계속 돌아보게 되거든요. 21층 계단을 오른지 지금은 80일이 넘었는데요. 이게 과연 브런치에 올려도 될 내용인가? 고민하다보니 포스팅이 늦어져 버렸습니다. 다음주까지는 그 동안의 기록들을 모두 올려 보려 합니다.
계단 오르는 속도가 빨라지기를 바라면서 기록한 게 아니라요.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계단을 오른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을 했습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꾸준히 계단을 오르면서 매일 하는 습관의 힘을 스스로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나이들어도 좋은 습관을 가져보려는 의지를 칭찬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아래는 47일까지의 기록입니다.
작년까지 이 물건 저 물건, 이 옷 저 옷 샀다가 교환, 반품하곤 했습니다. 올 한 해도 비슷한 시행착오의 패턴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긴 합니다만, 취급하는 품목이 달라졌어요. 돈 써야 하는 물건이나 옷 대신 '새로운 습관'이 제 몸에 맞나 안 맞나를 살펴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 1월 1일부터 하루 한 시간이라도 자리에 앉아서 읽거나 쓰거나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기력 없다고 또는 기분 울적하다고 내내 누워서 뒹굴뒹굴하던 시간들을 줄여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제 자신을 원망하지는 않았어요. 생활의 질서를 다 깨 버린 나쁜 습관을 탓하느라 시간 보내는 사이 쉽게 실행할 수 있는 좋은 습관 하나를 익히는 게 여러모로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30년간 마시던 믹스커피를 끊을 때 하루 4-5개씩 타서 마시던 것을 2개, 1개로 줄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못 끊을 것 같아서 한 번에 딱 끊었는데요, 그러다가 도저히 못 견디겠으면 도로 마시지 뭐. 그랬습니다. 아직까지는 잘 지키고 있어요.
저는 결단력, 실행력이 다 약한 사람입니다. 애초에 그걸 인정하면서 시작했어요. 좋아하던 기호품을 끊는 것도 스트레스일 텐데 약속을 지켜내지 못했다고 또다시 자책하며 스트레스받기는 싫었습니다.
하다 말아도 '나라는 사람이 별로라서 그런 게 아니야, 나는 그저 좋은 습관 만드는 것에 낯선 것뿐이야. 습관 한 개 만들어 두면 언젠가 두 개가 되는 날도 올 거야.' 속으로 중얼거렸죠.
새로운 습관이 지속되려면 그것을 매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해야 하고, 그것을 통해서 나의 기분이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약간이라도 발전된 모습이 보이면 금상첨화겠구나 여겼습니다.
올 한해 제가 시도해 보았던 여러 습관들 중 하다가 만 것도 있고요, 아직 지속하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또 새롭게 도전해 보려는 것들도 있어요.
이것저것 별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사서 돈과 시간과 공간을 낭비하던 저는 '그저 그런 만만한 일' 찾는 데에 제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쓰는 중입니다.
'그저 그런 만만한 일'은 '나쁜 습관 제거, 좋은 습관 고정'이라는 목표를 위한 시험대, 실습실 정도가 되겠네요. 이것저것 해보고 저하고 맞지 않는다 싶으면 미련 없이 밀쳐두고 맞는 습관들을 찾아 나가렵니다.
21층 계단 오르기. 만만하게 시작했으나 저에게는 아직도 만만하게 여겨지지 않아요. 그렇다고 포기할 마음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 지속해 봐야죠. 아주 지긋지긋해져서 꼴도 보기 싫다는 생각이 들면 저는 언제 계단 올랐냐 싶게 엘리베이터로 갈아탈 거랍니다.
그렇게 '하다 말아도 괜찮아. 네가 하는 건 다 괜찮은 거야. 시도하고 도전했던 게 다 경험이야,' 이런 생각 때문일까요?
지난 한 주도 저는 계단 오르기를 묵묵히 했습니다. 47일차.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잘것없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숨을 헉헉대며 계단 오른 일상을 바탕으로 또 다른 '그저 그런 만만한 일'을 찾는 것. 그것이 저의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