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한계 깨뜨려 보기
뉴질랜드의 날개 없는 새로 유명한 키위새는 처음엔 날개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천적이 없고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 살면서 날아다녀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되죠. 자연스럽게 날개가 퇴화되었다고 해요.
몸집이 비대해지면서 어른 키위는 '닭 크기' 정도가 되었다는데 날지를 못하니 많이 잡아먹혔겠지요. 이제는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들어 뉴질랜드 동물원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남아프리카의 강에 사는 '이빨 있는 물고기'라는 뜻을 지닌 육식어 피라니아는 성질이 난폭하기로 이를 데가 없다고 해요. 강을 건너는 소나 양에게 피라니아 떼가 몰려가서 공격을 하면 뼈와 가죽만 남는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입니다.
이 피라니아를 수조에 넣고 한가운데에 유리판을 막는 실험을 했다는군요. 수조의 한쪽 끝에서 피라니아들이 먹이를 받아먹고 반대편으로 가려고 하면 유리판에 계속 부딪히게 된 거죠. 시간이 흐르면서 피라니아들은 유리판에 돌진하여 고통을 겪는 일은 그만두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환경에 적응하게 된 피라니아는 유리판을 제거해도 수조의 가운데만 가면 번번이 되돌아와 수조 한쪽 끝만을 고집했답니다. 소나 양까지도 뜯어먹어 치우는 육식어 피라니아, 그 난폭함도 자기 한계를 넘지는 못하나 봅니다.
혹시 '코이의 법칙'이라고 들어 보셨어요? 일명 '잉어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데요. 환경의 조건이 바뀌면 잉어의 성장 능력에도 변화가 있다는 것을 비유한 법칙입니다.
비단잉어의 한 종류인 코이는 어항에서 기르면 10센티가량의 피라미가 되지만 연못에 넣어두면 30센티까지 자란다고 해요.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 코이를 강에 놓아주면 1미터까지 자란다는 점입니다.
아참, 벼룩도 있군요. 벼룩은 자기 몸의 수백 배에 달하는 점프 능력을 지녀서 유리병 속에 가둬도 뚜껑이 없다면 밖으로 거뜬히 튀어나오죠. 그러나 뚜껑을 덮어 버리면 뚜껑에 닿지 않을 정도로 튀어 오릅니다. 뚜껑을 제거해도 딱 그만큼만을 튀어 오를 뿐입니다. 원래의 기능이 상실된 것 마냥 더 이상 능력을 발휘하지 않죠.
뉴질랜드의 키위새, 이빨 가진 난폭한 육식어 피라니아, 비단잉어의 한 종류인 코이. 그리고 벼룩까지. 모두 다 환경이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한계'를 규정짓고 도태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아이들을 기르다 보면 부모가 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아서 속상할 때가 있습니다. 내 속에서 나온 자식이 내 말을 잘 안 듣는 것 같을 때는 부아가 나기도 하죠.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늘 부모가 정해준 대로, 맞춰 놓은 기준에 의거해서만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겁니다. 부모의 말은 무턱대고 다 수용하는 자식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요.
아이들에게 주변 여건이 어떻게 바뀔지라도 동요되지 않으며 스스로 한계 짓지 않도록 대범함과 자존감을 가르쳐 나가는 것은 부모의 몫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유롭게 넓은 강물로 보낸 코이가 1미터 넘게 몸이 자랐듯 우리의 아이들도 그렇게 쑥쑥 자라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