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카드
내담자: 한주령
[SESSION 02. 미래는 마치 사탕처럼]
‘야매’로나마 역학을 깊이 파고든 적이 있습니다. 태어난 날의 ‘사주팔자’에 따라 성격적인 특성을 얼추 짐작해 볼 수는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주를 일종의 ‘통계학’으로 인정할 경우이고 미신으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바넘효과’에 불과할 뿐일 것입니다. 각 개인이 본인만의 고유한 주기와 리듬을 타고 났다고 가정할 때 각 년도에 따라 상승과 하강의 기운을 타게 되는데 그게 독이 될지 득이 될지는 사실 역술인 각자의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기운과 상반되는 기운을 맞은 해에 어떤 극적인 변화가 있을 것임을 유추할 수 있겠으나 그 변화가 사고수인지 아니면 이사나 이직인지 혹은 로또 당첨이 될지는 사실 구체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미래에 대한 예언이 모두 제각각인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일부 역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개인의 선택 역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해요. 칼을 쥔 운명으로 태어난 사람은 인명을 살리는 외과의사가 될 수도 사람을 죽이는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 등 이쪽 업계에서도 의견은 분분합니다.
이쯤 되면 철학적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화 <매트릭스>가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것 기억하세요?
- 너는 선택을 하게 될 거야.
등장인물 중 하나인 ‘오라클’의 예언 중 하나인데, 내 의지로 무언가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 이 세계는 우리의 자유 의지에 따라 선택을 함으로써 움직이는 것이라고 당연하게 여기고들 있으니까요. 하지만 매트릭스의 세계관은 이 믿음을 무참히 깨뜨려 버리지요. 세계는 프로그램화 되어 이미 그 결말이 정해져 있고, ‘내가 선택한 대로 움직인다’라는 믿음은 무지몽매한 인간들이 빚어낸 환상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믿음은 달콤한 착각이나 매한가지라고요. 인생이란 게, 그리고 이 세계라는 게 원래 정해져 있는 건지 아니면 선택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달라질 수 있는 건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는 일일 거예요. 결정론이나 자유의지론이냐, 이걸 논하기에 앞서 시간이 ‘물리적’으로 존재하고 있고, 그 시간은 오직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는 전제부터 성립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미래는 백지의 상태일까요? 혹은 미래나 과거 없이 그냥 제 인생이나 이 세상 자체가 이미 잘 짜여진 시나리오인 걸까요? 천재적인 과학자조차 이 천진한 물음에 대해 아직은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차원 세계에서 3차원을 상상하기 어렵듯이, 4차원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3차원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 섣불리 그 존재를 그려내기도, 뭐라고 명확히 설명하기도 쉽지 않잖아요. 이건 역학을 공부하면서 그냥 함께 생각해 본 것 입니다. 얕은 지식만을 가진 제가 뭐 결정론이다, 자유의지론이다,를 감히 어떻게 논하겠어요. ‘그 누구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라는 정도만 알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그런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어요. 미래를 완전히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주 예측할 수 없다고 보는 입장도 아닙니다. 인간의 영역에서는 그저 지금 처한 상황에서 많지 않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수밖에 없겠지만요. 초월적인 힘을 유사 과학이나 사이비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거예요. 이 세상엔 인간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한 것들이 아직도 무수한 걸요.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뭐 어쩌겠어요. ‘아모르파티’처럼 그저 운명을 사랑하는 수밖에요. 이마저도 버거워질 때는 타로카드를 한 장 뽑아 예쁜 그림을 나 좋을 대로 해석해 봅니다. 비가 내리면 내리는 대로 묵묵히 맞을 수밖에요. 단지, 제 인생의 강수 확률이 몇 퍼센트인지, 비가 온다면 또 언제쯤 오는지, 우산은 가지고 나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아니면 그저 집에 잠자코 있어야 하는지를 미리 점쳐보고 싶을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