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초등학교 2학년이라니, 세상을 막 이해하기 시작한 나이이자, 스펀지 같은 뇌로 흠뻑 세상을 빨아들이는 나이겠지, 아마? 너의 눈에 짓궂은 호기심이 빛날 테고, 마음은 말랑말랑 한 채이겠다.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나이이고, 그 순수함을 그 누구도 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나이이고.
내가 네 나이만 할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 하나를 알려 줄게.
너는 지금 교과서 문제에 대한 정답을 배우고 있을 거야. 1+1=2, 2x2=4. 산은 초록색, 하늘은 파란색. 맞아, 맞는 말이야. 오로지 ‘실용’적인 면에서.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많은 수식들과, 법칙에는 ‘철학’이라는 것이 없어. 앞으로 수십 년의 삶을 살아가며 써야 하는 ‘진짜’ 기술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부족할 거야. 네가 살아가는 동안 너는 크고 작은 문제들과 마주해야 할 것이고, 그 난관들과 씨름하여 이겨 내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하겠지. ‘철학’이란 바로 그때 힘이 되어 주는 것이고.
깜짝 놀랄 사실을 알려줄까? 앞으로 네가 살아가면서 맞닥뜨릴 그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정답은 없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더라도 곧 ‘그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 없다는 거야. 사람마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은 모두 달라. 답이 정해져 있는 사지선다의 시험지와는 완전히 다른 얘기야. 교실 밖의 일들에 대해서는 너만의 해결 방식이 필요해. 그 방법에 옳고 그름은 없어. 심지어 너의 방식조차 다른 사람에게 꼭 맞는 정답은 아닐걸! 매 사람마다 자기 자신만의 정답이 있다는 뜻이야. 그건 너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고. 그러니 누군가가 ‘틀렸네 마네’ 하더라도 너 자신을 판단하고 재단할 필요가 없단다. 해결을 했든 못했든 주눅 들 필요조차 없다는 말이야! 너는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이지. 그게 너만의 정답일테고.
또 하나, 이미 ‘알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을 경계해야 해. 어떤 사실이나 원리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라고 자만하는 순간, 호기심도 잃게 되고 말지. 하늘과 땅과 바다와 생물과 무생물에 대해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게 되고, 더 알아보려는 마음조차 시들어 버리고 말이야. 하나의 무기물 속에도 알아봐야 할 것들은 우주의 별처럼 많아. 사물 하나하나에는 넓고 깊은 세계가 담겨 있지. 네가 보고 있는 것은 사물 또는 사실의 지극히 일부일 뿐이야. 일부 사실을 안다고 해서, 전체를 알게 되었다고 착각하지는 말아. 부지불식 단정하려는 마음이 일면, ‘꼭 그럴까?’ 하고 다시 머릿속에서 반문해 보렴. 그리고 수많은 경우의 수를 떠올려 보는 거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하다 보면, 너는 계속해서 배우게 될 것이고, 네가 진정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발견하거나, 꼭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될 수도 있겠지.
남으로부터 정답을 강요받을 땐, ‘NO’라고 대답하거나 또는 ‘WHY’라고 되물을 수 있는 자신감을 절대 잃지 않길 바라. 너보다 훨씬 뛰어나 보이는 어른도, 높으신 분들도, 혹은 내 옆에서 잘난 척 떠들어대는 친구들도 사실 아무것도 모를걸. 나는 가수 장기하 님을 무척 좋아하는데, 장기하 님은 <그건 니 생각이고>라는 노래에서 이런 점을 속 시원하게 노래한 적이 있어. 가사 일부를 좀 가져와 봤어.
“이 길이 내 길인지 니 길인지 지름길인지 돌아가는 길인지는 나도 몰라, 몰라, 몰라, 몰라, 몰라, 너도 몰라, 결국에는 아무도 몰라. 그대의 머리 위로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너처럼 아무것도 몰라.”
감히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생각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으면 해. 너는 항상 유연한 채로, 영원히 탐구하길 바라. 이 세상은 얼마나 무궁무진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