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날 Mar 18. 2023

Q.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A. ‘다독, 다작, 다상량’ (99%) + ‘나 자신’ (1%)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려면 대략 아래의 과정이 필요하다.


1. 코코아, 버터, 설탕 등의 재료를 마련한다.

2. ‘초콜릿 만드는 방법’의 설명서를 따라 개량하고, 순서대로 조리한다.

3. 익숙하게 만들 수 있게 될 때까지는 여러 번의 반복 연습이 필요하다.

4. 1~3의 과정에 노련해질 즈음, 나만의 비밀 레시피를 첨가한다.


글을 잘 쓰려면 ‘다독, 다작, 다상량(생각)’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것을 ‘삼다’라고 한다. 중국 송나라 학자 ‘구양수’라는 사람이 학문을 하는데 꼭 필요한 세 가지로 든 것이다. 이를 쉽게 이해하고자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에 비유해 보았다.


‘재료 마련’은 ‘다독(多讀)’의 과정에 해당한다. 작품을 창작하는 데 필요한 소재를 될 수 있는 한 많이 접한다. ‘독(讀)’은 꼭 읽는 것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양산되어 있는 다양한 형태의 자료를 읽고, 듣고, 보고, 느끼는 등의 과정이 모두 포함된다. 유튜브 숏츠 영상이나 인스타그램 릴스라도 상관없다. 어떤 콘텐츠가 되었든, 그 안의 내용을 흡수하는 과정이다.


2번~3번은 ‘다작(多作)’의 과정에 비유할 수 있겠다. 습득한 콘텐츠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엮어 이리저리 변주한 창작물을 꾸준히, 자주, 닥치는 대로 생산해 내는 단계이다. 단언컨대,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성실함이다. 인내와 끈기도 필요하다 (생산이란 얼마나 고된 과정인가).


1~3의 전반적인 과정을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다상량(多商量)’이다. 곱씹어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이다 (‘상량’은 중국어로 ‘생각하다’라는 뜻이다). 각 콘텐츠 내용을 중심으로, 가지 치듯 나의 생각을 보태어 나가는 것이다. 기존 콘텐츠에 나의 경험, 가치관, 환경이 더해지면서 제3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번쩍하고 떠오를 수 있다.


4번의 경지에 이르면 명불허전의 파티시에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소위 ‘창의성’은 여기에서 슬슬 드러나기 시작한다. 기존 콘텐츠들을 아무리 다르게 표현한들, 나만의 ‘비밀 레시피’가 들어있지 않는 한, 비범한 창작물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나 외의 다른 사람들도 그 맛을 능히 구현해 낼 수 있을테니까. ‘비밀 레시피’란 과연 무엇일까. 천재성이나 천부적인 재능을 들 수 있겠다. 그러나 ‘창의적인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꼭 천재가 될 필요는 없다. 창작자의 ‘개성’을 잘 녹여낼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연산 방식에 따라, 나만의 고유한 질서대로, 나만의 해석을 담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창의적인 능력’이 아닐까? 내 고유한 맛에 대해 끈질기게 고민해 보는 수밖에 없다. 사골곰탕이 될 때까지.


‘다독, 다작, 다상량’은 창작의 99%를 차지한다. 부족한 1%는 에디슨이 말한 ‘영감’ 일 수도 있겠으나, 앞서 말했듯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1%는 나의 ‘손맛’이자 ‘지문’ 같은 것일 테다.


내 글에 담겨있는 ‘창의성’에 대해 생각한다. 100%는 물론 아닐 것이고, 5%, 10% 수준이나 되면 다행일 것이다 (괜히 겸손 떠는 것이 아니다).


 2023년 나의 목표는 ‘일단 쓰는 것’이다. 근면 성실하자는 것이다. 나에게는 이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창의성은 나중에 가서 고민할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Q. 가장 질투 나는 사람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