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해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in JEJU / 두 번째 날

by 도하

연분도련 캘리여행 이란?


연분도련의 생활 속 혹은 여행 속

마주치는 고마운 사람들, 장소에

즉석으로 캘리그라피를

선물하는 캠페인입니다.









제주도에서의 두 번째 날 아침이 밝았다.

밤새 참 많은 고민을 했다. 자전거 여행, 참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평소 자전거를 즐겨 타지도 않고, 아니 전혀 타지도 않다가 갑자기 자전거에 올라타니 다리, 허리, 엉덩이까지 안 아픈 곳이 없었다. 편의점에서 파스를 하나 사서 몸에 덕지덕지 붙이며 그만할까, 자전거를 반납하고 그냥 쉬었다가 갈까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하지만 아침이 되고 맑은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니 자 빨리 떠나자!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단순하다 단순해.) 오늘은 제주도의 절반 지점인 '서귀포'까지 달려가야 한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식빵 한쪽을 물고 밖으로 나왔다.

아침 바다가 너무 보고 싶었다. 게스트 하우스 바로 앞에 있는 해변으로 달려 나와 신발을 벗고 발을 담갔다. 늦가을의 바다는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다. 밤새 이불 속에서 따뜻하게 쉬던 발에 차가운 바닷물이 닿아 새로운 기운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발이 차가움을 넘어서서 조금 시려지려 했다. 그래도 물이 너무 맑아서 발을 빼기가 싫었다. 맑고 순수하고 착한 미소를 짓는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다. 같이 있으면 덩달아 나도 행복해지는 그런 친구.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추억을 함께 만들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해지는 그런 친구.

그 친구와 함께 있는 사진을 찍어 육지에 있는 또 다른 친구에서 보내주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답변이 빠르게 왔다. (나만 빼고 여전히 모두 바쁜 하루를 살고 있구나.)

- 춥지 않아? 발 시려울 것 같은데......

- 추워. 그런데 지금 해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알잖아, 내가 좋아하는 이 말. 정답은 없지만 후회하지 말자.

이 친구, 차가운데 참 맑고 착해.








제주도는 길가에 꽃이 많다.
아니, 꽃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렸는데 사람도 없고, 건물도 얼마 없다. 그리고 차도 그렇게 많이 다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길에는 계속 계속 꽃과 나무가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동안 마치 응원을 해주는 것 같았다. 마라톤을 할 때, 양옆에 서서 응원해주는 관중처럼 말이다.


아마 자동차를 타고 달렸다면, 보지 못했겠지.

응원해주는 관중들에게 괜히 멋쩍은 인사를 건넨다.
하하, 감사합니다! 힘낼게요.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니 위기를 마주할 때가 많다.

타이어에 펑크가 난다든지 (평소 자전거를 안타는 사람에게는 타이어 펑크나 체인이 빠지는 일 등 간단한 사건조차 멘붕에 빠지는 순간이다. 나는 처음 자전거를 타고 제주 시내를 달리는 순간부터 체인이 빠져서 자전거 하나를 새로 사줘야 하나 고민을 했었다...) 길을 잘못 들어서 헤맨다든지...... 많은 위기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나를 찾아와 마주하는 건 아마 '지치는 것' 아닐까.

지난밤,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형의 말대로 그 위기를 만나면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걷기 시작했다. 처음 자전거 여행을 시작할 때 나는 내리는 것과 걷는 것을 몰랐다. 힘들어도 무조건 달리기만 했다. 체력이 바닥에 닿아 속도가 줄어도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면서 멈추거나 걷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열정이 아닌 고집이었다.









캘리로 만난 두 번째 제주

마레벤또


맛있는 파스타 레스토랑과 게스트 하우스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마레벤또. 사실 이 가게는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다. 무한도전에서 나왔던 문어라면을 먹고 싶어서 가게를 찾아갔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돌아나와 큰 길가로 올라가던 중 마레벤또를 발견했다. 잠깐의 고민이 스쳐 지나갔다. '제주도까지 와서 파스타를 먹니?'

난 먹는다. 나는 음식에 큰 욕심이 없어서 여행지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 best 5 같은 리스트를 체크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소에 자주 먹던 음식들이 그 곳에서는 어떤 맛일까가 더 궁금하다. 그래서 먼저 찾아갔던 문어라면집과는 매우 다른 분위기의 마레벤또에 자전거를 세웠다.




가게는 그리 넓지 않았다. 4~5팀 정도만 들어가면 꽉 찰 것 같은 크기의 레스토랑. 디자인은 깔끔하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정면에 주문받는 곳과 부엌을 마주 볼 수 있다. 그곳에서 조금은 투박해 보이는 사장님께서 요리를 하고 계셨다. 혼자 요리를 하고 계셔서 조금은 바빠 보이셨다. 난 조용히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가게를 둘러보았다. 가게 디자인이 사장님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과하지 않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좋았다. 사실 배가 고파서 사진을 많이 찍지 못 했다. (문어 라면에서 큰 실망을 가지고 고픈 배를 쥐고 들어온 마레벤또..)










주문한 파스타를 정말 흡입하듯 먹었다. 정신없이 먹다가 앞을 바라보니 애월 바다가 펼쳐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제주도 가게들의 특징은 창문들이 크다는 것 아닐까. 언제나 바다를 볼 수 있도록. 그 어떤 디자인보다 가장 제주도스러운 멋진 인테리어 디자인의 완성이다. 마레벤또를 간다면 창가 자리를 추천한다. (일행을 떨어뜨리고 무리해서 앉지는 말고......)





마레벤또에도 캘리그라피를 선물해드리고 다시 길을 떠났다.

든든한 식사였다.







캘리로 만난 세 번째 제주

객의 하우스

제주도에는 정말 많은 게스트하우스들이 있다. 그중에는 조용하게 일행들과 혹은 혼자서만 지내다 가는 게스트하우스도 있고, 모르는 사람들과 어우러져 축제 같은 밤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있었다. 어떤 게스트하우스를 가야 할지 참 많이 고민을 했다.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내가 지나치다 맘에 들어 들어가는 음식점이나 카페처럼 급하게 정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전날이나 당일 아침에는 예약을 해둬야 방을 얻을 수 있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니 사람들과의 대화가 많이 그리웠다. (자전거랑만 대화했다.) 그렇지만 너무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좋아하지 않기에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분위기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나섰다. 그렇게 찾게 된 곳이 객의 하우스였다.




아마 객의 하우스에 가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거실에 이렇게 넓은 창이 있는 집이라니. 꿈에 그려보기만 했던 집을 만난 것 같았다. 거실에 앉아서 무엇을 하든 바다에 나와 있는 기분이 든다. 마레벤또에서 말했듯이 제주도의 디자인은 넓은 창이 필수 항목인가...... 매우 고마운 항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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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 올라가면 더 넓은 바다를 마주할 수 있다. 평상이 있어서 여름밤이 기대되는 옥상이다.





부엌에서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준비해온 음식들을 나눠먹기도 한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분위기였다. '자 파티 시작!' 이런 분위기가 아닌,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파티가 시작되어 있었네 라고 느낄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주인분의 아이들이 잠들 시간이 있기에 적당히를 알고 서로가 절제하며 즐길 수 있는 파티. 객의 하우스에서만 만날 수 있다.




여행에서 집에 가고 싶어 지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대신해주는 곳이 게스트하우스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매번 게스트하우스들을 찾는다. 겨우 하룻밤이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막 여행을 시작하는 기분으로 다시 출발할 수 있다.












무언가를 받기 위해서 캘리그래피 선물을 드리고 있는 것은 아닌데, 선물을 건네고 나가는 나를 뒤따라오셔서 여행에 짐이 되는 것은 아니냐면서 손에 제주를 쥐어주시는 사장님들. 가방에서 나를 꺼내드리니 빈자리에 제주도가 채워지고 있다.


기분 좋은 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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