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하 Feb 27. 2018

균형이 맞는 사랑

그렇게 제주의 밤이 깊어갔다.





균형이 맞는 사랑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일하면서 매일 밤 게스트들의 파티에 참여를 하게 되었다. 매일 열리는 파티지만 게스트들이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이틀마다 바뀌니 여러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사랑 이야기’는 젊은 남녀들이 주로 모이는 게스트하우스 파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가 된다. 게스트들은 서로 지난 사랑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진행 중인 연애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며 조심스레 꺼내보기도 한다. 커플들끼리 놀러 오는 경우도 있지만, 게스트하우스에는 주로 친한 친구들끼리 놀러 오는 손님이 많았고, 그런 손님들은 소심한 마음에 직접 연인에게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파티에서 조심스레 보여주고 고민을 털어놓는 상황이 많았다. 밤마다 게스트들의 파티에 끼어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재밌는 사연이 가득한 라디오를 틀어 놓은 것 같았다.


연애 이야기에서 주를 이루는 것은 역시 서로에게 실망을 하거나 싸웠던 이야기들이다. 어느 한쪽이 올라가거나 내려가서 힘들어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듣고 있으니 재밌기도 하지만, 조금은 불안해지는 기분이었다. 한창 불안한 연애담을 풀어내던 한 게스트가 ‘그런데 뭐, 이젠 익숙해요.’ 하고 사연을 마무리 한 적이 있었다. 그 사연이 끝나자 관심 없는 듯 조용히 듣고만 있던 한 게스트가 이런 말을 했다.






"익숙해지면 안 돼요. 어느 한쪽이 기울어져도 괜찮다 느껴진다면 그건 사랑하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두 사람 모두에게 잘못이 있는 거예요. 사랑하는 사이는 서로 균형을 맞춰가야지, 어느 한쪽이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없어요. 내려와 있는 상황에서 올라가려 하지 않고,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조금 더 낮아져 상대방의 얼굴을 마주 보려 하지 않는다면, 그건 서로에게 이기적인 모습일 뿐이에요.”


균형이 맞는 사랑.
서로에게 노력하는 사랑.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한 게스트의 말에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는 이야기로 화재가 바뀌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힘을 내기도 했다. 그렇게 제주의 밤이 더 깊어갔다.








이전 16화 적어도 그들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