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Nikon D3100
살면서 한 번쯤은 '사진을 찍어보고 싶은 공간'을 정해두기 마련이다.
이 곳에서는 사진을 꼭 찍어봐야지 라고 생각하는 공간 말이다. 내게도 수많은 공간 리스트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욕실, 욕조이다. 사진을 찍어보고 싶은 공간으로 리스트에 등록되는 기준은 단순하다. 내가 자주 다니는 길이거나 내 삶과 가까운 공간, 공통점이 많은 공간이면 된다. 그렇다면 욕실과 욕조는 리스트 1순위를 노려도 좋지 않을까. 물론 내가 자주 드나드는 곳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이번 촬영에서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이번 주제에서는 '쉼'과 '여유'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이 여유롭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더 팍팍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프로젝트의 연속, 또 끝이 난다 하더라도 그럼 다시 언제 시작할지 모르는 것에 대한 걱정. 마음은 쫄깃해지는 수축 이완작용의 반복으로 너덜너덜해져 있다. 그럼 나는 언제 쉬고 있을까. 잠자는 시간 말고 내가 좋아하는 생각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때는 언제일까. '목욕'하는 시간이었다.
목욕하는 시간만큼은 다른 것들을 벗어두고 씻는 것에 집중한다. 씻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내가 좋아지고 편안해지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목욕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쉼'과 '여유'에 포커스를 맞춘 이번 촬영은 욕실 그리고 욕조 안에서 이뤄졌다.
사진에서 욕조 안은 드로잉으로 되어있고 밖은 실제 나의 모습으로 되어있다. 욕조 안과 밖은 목욕하는 시간과 아닌 시간으로 나눠지는 것이다. 목욕하는 시간 나는 누구보다 가볍고 편안하고 여유롭다. 마치 선으로만 이뤄져 있는 드로잉처럼 무게를 재볼 필요를 못 느낄 만큼. 하지만 목욕하는 시간을 벗어난 나는 고민과 걱정 투성이다. 우울하고 어둡기도 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욕조를 갈망한다. 그러한 두 가지 삶의 모습을 욕실에 담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사실 더 이상할 말이 없다. 목욕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