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일기장에 쓰고 싶었지만 내 일기장은 브런치라서
이미 작년의 일이다. 이상하게 피곤하고 우울했던 한 주의 끝에 이상한 꿈을 꾼 적이 있다.
꿈속의 나는 아주 많이 다쳐있었다. 온몸에 심각한 외상을 입고 침대가 하나뿐인 응급실에 누워있었다.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은 분주한 듯 움직였다. 이내 담당의로 보이는 사람은 “살고 싶으면 왼쪽 네다섯 번째 발가락을 당장 잘라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의사는 외과에서 필요한가? 싶은 조명 헤어밴드(?)를 급하게 착용하고 문구용 가위를 멋지게 꺼내 들었다. 몹시 당황스러운 처방이었지만, 꿈속의 나는 수긍하고는 고통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그렇게 내 왼쪽 발 네, 다섯 번째 발가락을 엿가락을 자르듯 숭덩숭덩 잘랐다. 꿈이어서 그랬는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양쪽 손의 네, 다섯 번째 손가락도 한 마디씩 사라져 있는 상태였다.
정말이지 이상한 꿈이었다.
기억에 남는 꿈은 재미로 해몽을 검색해보고는 한다. 이번 꿈은 소중한 사람을 잃는 뜻을 가졌다나, 뭐라나. 역시나 무언가 잘려나가는 꿈이 좋은 꿈 일리는 없다.
나는 스스로 두 가지 해몽을 생각해보았다.
첫 번째, “살고 싶으면 잘라내야 합니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너무 소중해서 숨 막힐 듯 밀려오는 관계들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살고 싶으면 잘라내야 한다. 꿈속의 나는 그것을 해냈고, 꿈 밖의 나는 여전히 하지 못한다.
두 번째, “나는 내가 가장 소중했던 것이다.”
꿈을 꾸고 나서 바로 작가의 서랍에 묻어뒀던 생각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것이었다. 응급실 의사와 간호사는 나였고 스스로를 별 것 아닌 가위 같은 것들로 잘라냈던 것이지 않을까.
결국 보내줘야할 것 같은 누군가를 잘라내지 못하는 꿈 밖의 나도, 응급실이라는 긴박한 공간을 만들어낸 무의식의 나도, 소중한 자신을 아무런 의지 없이 잘라냈던 꿈속의 나도, 외상을 입어야만이 잘라낼 수 있었던 나의 발가락들도 모두,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