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은 세척되었지만, 지구는 아니었다.
플라스틱 병 라벨 위에 붙은 안내 문구다.
환경을 위한 행동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한 줄 아래 숨어 있는 질문은 묵직하다.
"당신은 양심을 세척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쓰레기를 세척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분리수거를 한다.
병과 캔, 종이와 플라스틱을 나눈다.
그리고 세제를 짜서 닦는다.
물을 쓰고, 시간을 들인다.
그렇게 내놓은 깨끗한 쓰레기는 결국 어디로 갈까.
그 모든 흐름 위에 '분리수거 정책'이라는 이름의 존재가 앉아 있다.
이 존재는 거대한 공문서로 이루어져 있으며, 평소에는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인다.
"이번 달부터는 스티커 제거도 필수입니다. 분리배출 안 되면 벌금."
그리고 다시 입을 다문다.
하위 구조들—'플라스틱류 지침', '종이류 세척 기준', '스티로폼 규정'—은 윗선의 지시에 복종하며 시민들에게 고지를 뿌린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헷갈린다.
스스로 종량제 봉투로 향하려던 '오염된 포장지'는, 갑작스러운 지침 변경에 따라 억지로 분리수거 줄에 서게 된다.
그는 중얼거린다. "나는 여기 있을 몸이 아니야."
일부는 반발한다.
"이 기준은 모순이야. 난 종량제 봉투로 돌아가겠어."
그렇게 쓰레기들은 자기 자리조차 헷갈린 채, 이 지시와 저 지시 사이를 떠돈다.
사람들은 그 혼란을 피해간다.
택배송장은 파쇄되고, 영수증은 찢긴다.
정보가 사라지고, 분노가 더해진다.
버려진 서류조각들이 중얼댄다.
"나는 지워진 증거다. 이 시스템이 만든 그림자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을 지나온 재활용 쓰레기들은 선별장 앞에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다.
'압축기'라는 이름의 존재가 입을 벌리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환영합니다. 이제 모두 한몸입니다."
그리고 종이, 플라스틱, 캔은 다시 하나로 압축된다.
분리되기 위해 애쓴 기억은 짓눌려 사라진다.
정부는 말한다. "홍보가 부족했다."
하지만 그 말은 정책 구조의 무책임을 숨기는 포장지에 가깝다.
시민은 되묻는다.
"우린 대체 언제부터 이 쇼의 조연이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