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빛과 어둠
나는 빛 속에서 태어났다.
눈을 뜨려 했지만, 빛이 너무 강했다.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앉았고, 세상은 하얗게 퍼졌다.
익숙하지 않은 공기, 낯선 온도, 내 몸을 감싸던 따뜻한 공간에서 나왔지만, 이곳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몸 어딘가를 스치는 감각이 들었다. 가늘고 부드럽지만,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움찔하며 몸을 웅크렸다. 나는 무서웠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무엇인가 나를 건드리는 것이.
어두운 곳에 들어서야 비로소 나는 앞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알 수 있었다. 비록 바로 옆에 있진 않았지만, 분명히 주변에는 나와 비슷한 존재들이 있었다. 일부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고, 일부는 아직 알 속에 남아 있었다.
어디선가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거대한 존재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날 이후, 형제들은 하나둘씩 사라졌다. 어떤 존재는 한참 동안 내 옆에 있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점점 줄어드는 형제들의 자리를 보며 가만히 있었다.
좁은 공간 속, 우리는 함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닥은 점점 지저분해졌고, 공기는 무거워졌다. 몸을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었다. 누군가는 밥을 빼앗겼고, 누군가는 점점 말라갔다. 그리고 다시 손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나였다.
어느 추운 겨울 날, 나는 그 손에 잡혔다.
이번엔 나였다. 거대한 존재가 나를 감쌌다. 난 그저 무서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또 다른 벽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여기는 달랐다. 빛이 부드러웠고, 숨을 곳이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를 오래 바라보는 눈과 마주쳤다.
이전과는 다르게 이 눈은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 머물렀다. 하지만 내가 있는지 모르는 건지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나는 내 세상이 궁금해졌다. 조심스레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전보다 깨끗한 공간이 펼쳐져 있었고, 물 또한 언제든 마실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눈이 나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처음엔 무서워서 집 안으로 도망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눈이 나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따뜻한 공기, 규칙적으로 놓이는 먹이, 그리고 조용히 나를 지켜보는 시선.
나는 운이 좋았던 걸까?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동물들에게만 연민을 품는다.
닭과 소, 돼지는 최소한의 복지를 고려하며 길러지지만, 강아지 공장은 아직도 존재하고,
도마뱀들은 그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거래된다.
누군가는 따뜻한 손을 만나 새로운 삶을 얻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여전히 차가운 유리벽 속에서,
빛이 너무 강한 곳에서, 숨을 곳조차 없이 버려진다.
우리는 어디까지를 생명이라 부르며, 어디까지를 보호해야 하는가?
마트에서 판매되는 달걀에는 숫자가 적힌다.
인간들은 그 숫자를 보고 이 달걀을 낳은 닭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 이야기한다.
어떤 숫자는 좁고 더러운 공간에서 태어났음을 의미하고,
어떤 숫자는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길러졌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숫자가 없다.
우리들은 어디에서 태어나는가. 어떤 곳에서 사라지는가.
누구는 깨끗한 곳으로 가지만,
누구는 여전히 좁고 어두운 공간에 갇혀 살아간다.
빛이 너무 강한 곳에서,
물 한 방울 없는 곳에서,
사라진 형제들의 흔적 속에서.
나는 운이 좋았던 걸까?
그렇다면
그 운을 가지지 못한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몇번이고 생각의 꼬리를 물고 또 물어보아도 선비의 갓을 쓴 채 빛이 존재하는 곳에서 어둠을 퍼뜨리고 방관하는 존재들만 생각나는 아이러니함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