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일기 : 나를 잃지 않기 위한 몸부림의 기록
친구의 유산 소식으로
잊고 있던 그날이 번쩍 떠올랐다.
이주만에 검진받으러 가는 토요일이었다.
산부인과를 갈 때면 다른 날보다 더 예쁘게 화장을 하고 갔다.
뱃속 아가 인사하는 날엔 더 예쁜 엄마이고 싶었다.
반짝이는 심장을 보고 싶었는데,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이미 4-5일 지난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땐,
눈물이 흐르는데,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수술은 금식이 되어있어야 했기에 빨라도 월요일에나 가능했고,
병원에서는 어쨌든 현실 직시가 되지 않아 어버버 하다 수술 일자를 잡지 못하였다.
집에 오니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원망도 했다가 받아들였다가,
혹시나 오진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근처 다른 병원에도 가보았다.
몸 회복이 먼저였기에,
오후 늦게서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병원에 전화를 하여 수술 시간을 잡았다.
감정은 미뤄뒀고, 생각은 제멋대로 흘러갔다.
그때는 깨닫지 못했으나, 돌이켜보니,
내가 했던 모든 생각은 이기적인 것들뿐이었다.
내 계획 속엔 있을 수 없는 ‘실패’라는 단어,
내게 중요했던 사회적인 자리와 계획들 —
회의와 업무 일정들, 출산 휴가, 육아 휴직,
다음날 잡아둔 친구들과의 약속.
모든 것들이 무너질까 두려웠다.
거기에, 내 인생 첫 수술이라는 상황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나조차도 몰랐던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
이후에 나를 더 오래 무너뜨렸고, 하염없이 방황하게 했다.
나를 지키려고 애쓰던 마음이라고 애써 추스려보지만,
그 자리에 있던 건, 엄마 될 준비가 하나도 되지 않은 한 사람이었다.
지금이라고 꼭 달라졌다고는 말 못 하겠다.
이제라도 깨달았다는 사실에,
하나하나 끄집어내며 맞서보려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다음 텀은 다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