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일기 : 나를 잃지 않기 위한 몸부림의 기록.
선생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역시 처음은 무섭다.
상담실에 들어가 내가 미리 제출한 설문을 마주하는데,
아무렇지 않던 마음이, 온몸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내가 왜 여기 와있지? 라며 눈물이 울컥했다
진짜 시작도 안 했는데 우는 건 너무 한심하다.
티 내지 않으려
가방을 올렸다 내렸다
손으로 가방을 구겨 잡았다가 풀었다가
핸드폰을 껐다가 켰다가
다리를 달달 떨었다가 고쳐 앉았다가
오빠는 불안해하는 내 모습에 팔을 지긋이 잡아주었다.
참던 눈물이 더 왈칵 났다.
왈칵 터지고 나니 그 뒤로는 아주 괜찮았다.
상담실 후에 선생님과 첫 진료를 하였다.
사실 난임관련하여 자세히 알아보고 가지는 않아서
우리 둘 다 많은 질문 없이 듣기만 하였다.
선생님과 첫 진료를 끝내고
오빠가 먼저 나가면서 고개 숙여
"선생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라고 말 해주었다.
어디 가서 고개 숙일 일도 없고 이유도 없는 사람이
그렇게 말해주니 너무 고마웠다.
한 팀임이 확실하니 더 용기가 났다.
초음파를 보고 뒤에 나가는 나는
도도하게 까딱,
"감사합니다." 하고 나왔다.
잘 부탁드린다는 그 말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 함부로 말하고 싶지가 않았다.
한참을 위축되어 있었는데,
내 편이 있음이 나를 당당하게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