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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부 Mar 29. 2018

[육아일기] 아기가 내게 오고 난 후 12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조리원 퇴소일이 가까워지면서
아기를 집에서 혼자 봐야한다는
두려움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친정시댁 도움을 받을 수 없었고
엄마도 100일때 까지는
몸회복이 진행중인 시기기도 하고,
골반이 틀어지고
허리도 휘어서 병원도 다녀야했기에
신랑과 상의하여
산후도우미를 2주 더 신청하게 되었다.

조리원에서는 수유 시간 외에
아기를 데리고 있는 시간이 적었기에
집에 데리고 있으면서
도우미님 도움을 받으면
더 직접적인 육아를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업체를 통해 신청하게 되었는데
어떤 선생님을 원하느냐는 물음에
"어머니같은 분이요."라고 대답했다.
임신 시절부터 조리원에 있을 때까지
엄마같은 따스함이 그리웠기에
도우미님에게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런데 도우미님이 따스한 모습은 없으시고
엄마처럼(?) 잔소리를 하시는 분이 오셨다.

진통이 올 때 급히 집에서 나갔고
조리원도 퇴소한지 하루밖에 안되서
집안 정리가 잘 되지 않은 건 당연했는데,
본인 집과 비교하며
너무 집이 어수선하다,
물건이 많다 등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하셨다.

기대는 산산조각 깨졌지만
그래도 이미 신청했는데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그 분 스타일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 자는 시간을 틈타
육아휴직 비용을 신청하고,
육아용품을 틈틈히 알아보는 내게
"뭘 그렇게 컴퓨터를 해요?" 라며
계속 간섭 아닌 간섭을 하셔서
내 집인데도 편하게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2주의 기간 동안 마음이 불편했지만
한가지 감사하게 생각하는 건
음식을 정말 맛있게 해주셨다는 것이다.
수유 기간에는 저염식단으로 먹어야하고
몸회복을 위해 미역국 등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좋은데,
매번 식사시간이 기다려질 정도로
음식솜씨는 정말 최고셨다.

2주가 지나고 그분이 가시게 되자
신랑이 아직 몸회복이 덜 된 거 같다고
1주만 더 추가로 신청하라고 하여
다른 도우미님이 또 오시게 되었다.

이번에 오신 분은
정말 편하게 잘해주려고 하시고
따뜻한 모습도 보여주셔서
너무 좋았는데,
갑자기 일정에 없던
마사지를 해주신다 하셔서
'어? 왜 무료로 해주시지' 싶었는데
 끝난 후 본인이 잘 아는
약 파는 사람이 있다고
그 약을 먹으면 산후조리에 좋다며
 갑자기 약을 팔기 시작하셨다.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했는데
 급격히 또 실망하게 되었고..
(심지어 이름도 못들어본
약가격이 너무나 비쌌다 ㅜㅜ)
약을 안산다고 하여 남은 기간 동안
불편한 관계가 된 거 같기도 했다.

그런데 마지막날 가시는 길에
이제 정말 아기를 혼자 봐야하는구나 싶어서
"제가 좋은 엄마가 될지 자신이 아직 없어요"
라고 넋두리를 했는데,
그 말을 들으시고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지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어요.
넘 걱정하지 말아요~~"
라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 때 해주신 말씀은
외롭고 길었던 독박육아 기간동안
마음 속 울림이 될 정도로 큰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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