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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우연히 발견하고 잡아낸

by 사색가 연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난 뒤,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때 무언가가 살랑살랑 내려오며 내 머리 위에 앉았다. 이게 무엇인가 싶어 손으로 집어 들어 보니, 다름아닌 깃털이었다. 때마침 비둘기들이 구름을 향해 날아가고 있던 게 보였다. 보아하니 저 놈들 중 하나의 털일 것이 분명했다. 비록 저 날아가는 비둘기를 잡진 못했지만, 내 인생에 깃털이 머리에 우연히 내려앉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랴. 그렇게 뜻하지 못한 행복을 집어 들고서 즐겁게 귀가를 했더랬다.


본체는 놓쳤다. 흔적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그리고 가벼웠다.


"인간은 무얼 위해 사는 가?"라고 물으면, 대개 그 궁극적인 지향점은 '행복'일 것이다. 그것이 뭐가 되었든 간에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복이란 게 뭘까? 심리적인 안정과 더불어 생활에 대한 기쁨이려나. 그럼 그것은 도대체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 걸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니, 과연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


수천 년간 이 문제를 고민해 온 철학자들의 논리는 다소 의아하다. 행복은 추구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언가를 추구하게 되면 그것은 인간의 욕심으로 하여금 '목적성'을 띠게 된다. 그렇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목적에 대한 대가를 '기대'하게 된다. 그것을 얻었으면 만족, 얻지 못했다면 불만족으로. 하지만 기대 심리를 뛰어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개 여행이나 휴가를 앞두었을 때, 우리는 두근두근 설레며 그날만을 기다리곤 한다. 하지만 막상 가기로 했던 장소에 도착했을 때, 내가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던 적이 꽤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실망을 하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복을 기대하게 되면 어떻겠는가? 애초에 인간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본인 인생에 있어서도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운이 좋지 않고서야 매번 실망감만 안고 살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자기 자신에 대한 무력감은 한 없이 커져갈 것이고 세상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


'행복은 바라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느낄 수 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이러니한 말이다. 하지만 인간 자체가 아이러니한 생물인 점을 감안하면, 사랑도 그렇듯이 행복도 당연히 아이러니한 개념이 아닐 수 없다. 바라지 않을 때에야 이룰 수 있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



Gefunden - 발견


Ich ging im Walde (숲 속 길 걸었네)

So für mich hin, (내 마음 가는대로)

Und nichts zu suchen, (찾고 싶은 것 없었고)

Das war mein Sinn. (그것이 내 마음이었네)


Im Schatten sah ich (그늘 속에서 나는 보았네)

Ein Blümchen stehn, (작은 꽃 한 송이를)

Wie Sterne leuchtend, (별처럼 빛나고)

Wie Äuglein schön. (눈망울처럼 아름다웠네)


Ich wollt es brechen, (난 꺾고 싶었네)

Da sagt es fein: (그때 꽃이 고운 목소리로 말하네)

Soll ich zum Welken ("내가 시들도록)

Gebrochen sein? (꺾으려 하나요?")


Ich grubs mit allen (나는 뿌리 채)

Den Würzlein aus, (그 꽃을 움켜쥐어)

Zum Garten trug ichs (정원으로 가져갔네)

Am hübschen Haus. (아름다운 집 옆에)


Und pflanzt es wieder (그리고 다시 심었네)

Am stillen Ort; (조용한 장소에)

Nun zweigt es immer (꽃은 날로 가지를 뻗고)

Und blüht so fort. (그리고 계속해서 피어나네)



이 시는 독일의 작가 요한 폴프강 폰 괴테의 '발견'이라는 시다. 딱히 무언가를 찾으려 하지 않고서 길을 걸었는데 우연히 작은 꽃을 본 내용을 시로 쓴 것이다. 발견 속의 꽃은 소유존재 사이에 있다. 괴테는 이 꽃의 존재를 발견하고 소유했다. 비록, 괴테의 사랑 시에 대한 해석은 대개 폭력적인 소유 욕망과 영원성으로 해석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시각을 달리하여, '찾고 싶은 것 없었고 그것이 내 마음이었네'라는 구절을 통해 '행복'의 관점으로도 충분히 돌릴 수 있다고 본다.


이 시에서 보았듯, 행복은 우연한 '발견'의 과정에서 온다. 무언가를 우연히 발견했을 때,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을 간직하는 태도에서 내가 발견하는 행복의 범위를 늘려갈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의도적으로 잡아내지 못하는, '운'의 범위에 놓여 있기도 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던져진 순간을 발견하고, 그것을 최대한 만끽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비둘기가 흩날린 깃털이 내 머리위에 내려앉아 뜻하지 못한 발견을 했고, 그 발견이 사색의 영감이 되어주었다.


그러니


행복하려 애쓰지 말자.


행복이란 건


쫒아간다고 해서 잡혀주지 않는다


그저



우연히 찾아온 가벼움을 발견하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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