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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 Apr 12. 2022

또 시작해버렸다

#6 성격대로 살면 이렇습니다.




언제나 시작은 창대하고 가장 빠르게



지인들에게 들려준다면 별다른 설명 없이도 모두 고개를 끄덕일 문장 하나.

바로 나라는 사람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필자의 MBTI는 ENTP로, 열정이 정말로 뜬금없이 생기고 활활 타오르는 성격을 지녔다.


남들이 수백 번 고민하고 시작하는 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모든 일을 생각도 하지 않고 저지르지는 않으니 오해 없길 바란다.)



어려서부터 독립적인 자아를 갖길 바라셨던 부모님 덕일까? 인과관계를 따질 수 있는 나이가 된 이후로 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며 살았다.


금전적으로 어려운 스케일의 일을 하고 싶을 경우는 발표안을 가져오라고 할 정도로 내 인생에 그냥 시작되는 일은 없었다.


덕분에 이제는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어떻게 해야 그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이 될지부터 자동적으로 계산하게 된다.


손해도 내가, 책임도 내가 지게 되니 '나'라는 사람 하나만 신경 쓰면 된다는 간단한 사고를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무언가 시작하는 것에 두려움이 적었다.



그렇게 하고 싶은 건 꼭 도전해보고 산지 어언 27년째, 이번에도 거창하게 시작을 해버렸다.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면서 쿠션이나 치고 있지 말고, 매일 밤 쿠션을 치며 잠들 만큼 짜릿한 로맨스를 직접 쓰자




서비스 기획 부트캠프에, 간간히 맡는 외주, 주기적인 모임, 연애, 백수라 떠맡게 된 집안일까지.


필자는 지금도 재직하던 때와 동일하게 하루가 너무 짧고 시간이 눈 깜짝하면 사라지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꿈틀대는 내면의 욕망을 외면하지 못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해버렸다.


아마추어 웹소설 연재를 말이다.




백수가 되고 밀린 인기 드라마를 몰아볼 때면, 옆에 놓인 인형과 쿠션을 퍽퍽 패가며 감정이입을 아주 제대로 했었다.


사람들은 항상 현실성 오글거린다면서도 그런 작품들을  열심히 찾아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꽃남과 상속자들, 사내 맞선 시청률이 높았지, 현실이었으면...)



2월 내내 넷플릭스를 옆에 끼고 살았고, 덕분에 로맨틱한 장르의 작품은 대부분 완작 했다는 대단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은 질림의 동물이라 했던가, 어느 순간 모든 콘텐츠를 소비하고 나니 현타가 왔다.



어릴 적부터 가슴속에 품고 지낸 글쓰기에 대한 열정은 다 어디 갔지?

사실 내가 제일 쓰고 싶던 건 유치하고, 오글거리지만 그럼에도 기다렸다 읽게 되는 소설이 아니었던가!



스무 살 이후로 계속 연애를 해오면서 어릴 적 꿈꾸던 환상 속 연애와 현실 연애는 큰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아마 짐작컨대, 로맨스 소설에 손을 대지 않은 이유 역시 직접 연애를 해본 경험 때문일 것이다.

(그랬다. 필자에게는 스무 살 때부터 만나오고 있는 애인이 존재했다.)


현실에 없기 때문에 더 이입하게 된다는 걸 왜 이제야 다시 깨달았을까!


이마를 탁 치고 나니 급한 성격에 드릉드릉 시동이 걸렸다. 새벽까지 눈이 초롱초롱해지고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정말로 시작병이 도진 상태의 추진력은 어마어마하다.


일주일 만에 스토리보드와 캐릭터 설정을 마쳤고, 곧장 원고 작업에 들어갔다.


마음 같아선 바로 업로드를 하고 싶었지만, 시작에 비해 마무리하는 속도가 느린 성격을 고려해 어느 정도 분량을 확보한 뒤 게시글을 올렸다.



그렇게 연재를 시작한 지 두 달째, 필자의 목표는 정식 연재 제의도 인기작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작가로서의 또 다른 '나'를 끝까지 지켜주는 것.

적어도 일주일에 1회씩 업로드해 올해 안에 무사히 완결을 내서 새로운 '나'를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사람으로 남기고 싶다.







여러 면의 이미지로 살아가는 삶을 택한 만큼, 여러 인격에 대한 책임감을 다하며 살아가려 한다.


그것이 하고 싶은 대로 여러 가지 인생을 살면서도 진짜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결국 필자의 인생에서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산다는 건, 수많은 인격의 자아를 책임지고 산다는 말과 같다.


그러니 이 글을 읽게 될 누군가도 너무 두려워말고 도전해보길 바란다.


진짜 '나'는 또 다른 '나'의 실패로 사라지지 않으니까.


지루한 일상에 새로운 인격의 '나'를 하나 추가해보는 것만큼 짜릿한 일탈도 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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