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성격대로 살면 이렇습니다.
거의 일 년 만의 게시글이다.
브런치를 방치한 것도 맞지만, 그동안 이것저것 지르고 보는 성격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스개 소리로, 당장 하고 싶은 건 시작하고 보는 성격 덕에 평생 베짱이의 삶은 꿈도 못 꿀 것 같다.)
이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건, 또라이도 이 세상에 잘 녹아들어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별나다는 소리를 한평생 듣고 살면서도, 어디 가서 꿇리거나 자존감이 깎인 적은 극히 드물었다.
글에서는 하고 싶은 건 다하고, 이것저것 펼쳐 놓는 또라이일지 모르겠으나,
필자는 항상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일을 벌이고, 꾸미고, 수습한다.
(솔직하게 끝마친다는 빈도가 적은 것 같다.)
엔딩까지 계획을 모쪼리 짜고 시작하는 타입은 아니지만(P:80%), 아무 기준도 없이 일을 벌이는 편도 아니다.
정말 내가 이걸 원하는지, 도중에 다른 것들이 하고 싶어지면 어떻게 할지 대략적인 상상을 하고 시작하는 편이기에 아직까지 내 성격이 내 발목을 잡은 적은 없다.
그래서 앞의 벌여 놓았던 '시작'들에 대한 근황을 적어보려 한다.
01. 부트캠프의 결과물, 새로운 직무/회사
이미 '도전 기획자' 시리즈를 열어 알겠지만,
필자는 새로운 직무로 탈바꿈을 하고 새로운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새로 찾은 기획자라는 옷은 생각했던 것만큼 꼭 맞았다.
여전히 회사 일은 고되고, 스타트업 특성상 오류 투성이지만, 함께하는 동료들이 전혀 달랐다.
시리즈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대리님도 새 시대에 적응해보셔야죠'에 등장했던 회사의 분위기와 정반대의 환경을 찾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성격과 자아가 있다는 말을 기억하는가?
필자는 이번 경험으로 다시 한번 신념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여전히 나의 성격은 비비드하고 눈에 튀는 컬러지만, 이 회사에서는 그 누구도 이 점을 '단점' 혹은 '고칠 것'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개성을 활용해 좋은 '결과물'을 만들길 응원했다.
02. 회사용 공감능력은 분명 필요하다.
필자는 문과지만 성격은 뼛속까지 T에 가까운 사람이다.
하지만 회사용 공감능력을 단 5%라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진심으로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고 위로를 건네지는 못하지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공감' 역시도 하나의 '업무 도구'로 생각하면 꼭 키워야 될 역량이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너무 힘들어서 일이 하기 싫다는 직장 동료에게 /그래도 어쩔 수 없죠. 그게 우리 일인 걸요/ 라고 답하는 건 여전하지만, 이제는 뒷말이 생겨났다.
"하지만 OO님이라면 해내실 수 있을 거예요."
이 사소한 한 마디가 어떤 효과를 불러오는지 지금 회사에서 몸소 겪은 후로는 이런 짧은 응원을 말을 꼭 하려고 노력한다.
현실을 바꿔줄 능력은 되지 않지만, 당신이라면 충분히 해낼 거라는 이 말 한마디는 생각보다 피곤에 찌든 직장인에게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물론 감정일기를 쓰면 다 이렇게 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일기 속에도 분명 오늘의 내가 힘든 날이 존재한다.
그런 날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지 한두 번 생각하다 보면, 분명 타인에게도 해줄 말이 더 늘어날 것이다.
03. 서브의 일은 항상 2순위
마지막으로, 급발진으로 시작했던 아마추어 웹소설의 현 상황은 아쉽게도 '휴재' 상태이다.
총 200편 가까이의 글을 쓰고 연재했지만, 아직 완결을 내진 못했다.
일이 바빠서도 맞지만, 가장 큰 이유는 완벽한 결말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였다.
인기 작품도 아니고, 독자도 고작 백 명 언저리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기록으로 남아있을 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불태우고 싶었다.
흐지부지 끝내고 보기엔 이건 남의 회사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또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내'가 아닌가.
나의 생각과 내 성격이 녹아든 작품을 아무렇게나 닫고 싶지 않은 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이렇게 필자는 여러 인격에 대한 책임을 다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
요즘에는 회사 일에 치여 개인시간의 '나'를 잘 돌보고 못하고 있지만, 매일 일기를 쓰면서 그걸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2024년이 된 새해의 새로운 하고 싶은 일을 말해보자면,
새로운 시작만큼이나 '아름다운 마무리'를 경험해 볼 일이 많아졌으면 한다.
항상 새로운 시작, 새로운 인격을 만들고 다녔으니 마무리도 잘할 수 있는 '나'를 만들어 가고 싶다.
그게 성공이든 실패든 중요하지 않다.
이제는 또 다른 '나' 들을 잘 보내주는 것도 도전해보려 한다.
끝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그 누구보다 아주 잘 살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당신은 당신일 때 가장 반짝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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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기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