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나 자신을 칭찬한다.
부동산 업계에 공인중개사가 있듯 기술적 조언을 위해 기술거래사라는 자격증이 있다.
※기술거래사 : 기술이전·사업화에 관한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기술거래사로 등록할 수 있다.
나는 중소기업이 특허 구매를 원할 때, 혹은 기술이전을 원할 때 기술 거래에 도움을 주는 기술거래사다. 공공기관에 종사하다 보니 올해의 매출액보다는 내세울 만한 성과가 중요하다. 대단한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인지 누군가에게 칭찬받는 일이 극히 드물고, 내가 잘한 일을 인정해 주는 사람도 없다.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그 씁쓸함을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올해의 모든 업무가 그러했다.
울산은 대기업 수직구조를 가진 지역의 특성상 중소기업이 새로운 연구개발을 위해 기술을 이전받는 일이 극히 드물다. 2007년부터 시작된 울산 기술 장터는 특별한 기술이전 실적 없이 보여주기식 행사로 변질하여 2016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그 뒤로 여러 지역에서 기술 장터를 벤치마킹하여 부산 기술 장터, 경남 화개장터 등 타지역에서는 여전히 기술 장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부터 부산, 울산, 경남이 하나 되어 동남권 기술 장터라는 행사를 협업하여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울산에서 개최되는 해였고, 2016년 이후로 상당히 오랜만에 개최되는 기술거래 장터였다. 그 행사의 중심에 내가 있었다. 공급 기술 1,200여 개를 모집하고 180여 건의 현장 상담이 이루어졌다.
손님을 모시면 숙식을 제공하고 쾌적하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조성하는 게 담당자의 몫이다. 부산과 경남의 원장님, 실장님 등 높은 분들이 방문하기로 되어있었고, SBS 기자단까지 인터뷰하러 온다길래 소소한 것까지 꼼꼼하게 준비했다. 건물 외벽에 현수막을 걸고, 행사장에 대형 현수막을 걸고, 세미나를 유튜브 송출하고, 신문 기사를 냈다. 당연한 거로 생각해서 행사 전날 저녁, 행사 당일 아침 점심까지 다 신경 쓰다 보니 내가 밥순이처럼 보였나 보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행사가 쉽지 않았기에 밥 먹는 일이 무엇보다 신경 쓰였다. 그래서 식사 얘기를 많이 꺼냈더니 너무 밥만 신경 쓰는 거 아니냐는 핀잔 섞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행사 준비에 의욕을 잃었다. 누구를 위해 이런 사소한 것까지 준비 하는데 왜 이런 기분 나쁜 말까지 들어가며 준비해야 되는 건지, 일에 대한 회의감이 느껴졌다.
그들은 행사 전날 저녁 내가 준비해둔 금액 이상으로 술을 마셨으며, 다음날 점심까지 먹어야 했기에 보기 좋게 선결제 금액이 부족했다. 그렇게나 나를 밥충이로 보더니 그 금액을 다 쓰고도 흘러넘치게 먹은 건 그였다.
행사 당일, 사전에 설치해둔 소독 장치 덕분에 안심하고 행사장에 입장했으며, 행사장이 가득 차게 걸어둔 대형 현수막 앞에서 보기 좋게 기자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사전에 준비해둔 것들로 모두가 편안하고 풍족하게 행사장에 머무를 수 있었으며, 행사를 많이 진행해 본 다른 기관 사람들만 나의 노력을 알아주었다. 이렇게 까지나 준비했냐고 수고 많았다고. 그렇게 동남권 기술 장터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오랜만에 울산에서 개최된 기술 거래 장터였고, 예전부터 장터의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만이 이번 행사가 특별했음을 알아주었다. 부산 실장님은 이번 동남권 장터 덕분에 우리는 무조건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을 거라는 기분 좋은 덕담을 건넨다. 우리 실장만 모르는 것이다. 이 행사가 얼마나 의미 있는 행사였고, 많은 결과물을 냈으며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그에게 나는 그저 “뭘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 행사뿐만이 아니었다. 올해는 러시아 행사를 포함해서 크고 굵직한 행사를 몇 건 진행했다. 행사라는 게 잘해도 욕을 듣고 못 해도 욕을 듣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나는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손님맞이 준비를 했으며, 모든 행사는 성황리에 끝이 났다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 사업에서만큼은 올해의 인물로 나를 꼽고 싶다. 내가 제일 고생했어. 그래, 고생 많았다 연현아. 잘했어. 칭찬해. 내년에도 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