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4시간

허둥지둥 살아가는 워킹맘의 하루

by 여네니

남편과 나는 아침 9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직장의 사내커플이다. 작은 아이는 사내 어린이집에 다니고 큰아이는 집과 회사 중간 지점에 있는 유치원에 다닌다. 그러다 큰아이의 유치원을 옮긴 올해 4월부터 우리 두 사람의 출근길이 달라졌다.


아침 7시 20분에 기상해 씻고 준비하면 큰 어려움 없이 출근에 성공하는 스케줄이었지만 현실은 1년 가까이 지각을 했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아이들과 놀이할 때는 그것에만 집중하려 노력하는 편이기에 내 시간을 따로 가지려면 밤늦게 자거나 빨리 일어나야 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상반기는 회사 일이 크게 바쁘지 않았기에 대부분의 개인 시간을 새벽에 일찍 일어나 활용했다. 연초에는 야심 차게 새벽 5시 기상에도 도전했고 일찍 일어나 독서나 필사를 했다. 그렇게 1~2시간 정도 내 시간을 보낸 후 출근 준비를 한다. 아이들의 가방을 정리하고 가족의 아침 요깃거리를 준비하면서.

우리 부부는 아침에 선식을 먹고 아이들은 시리얼, 고구마, 과일 등 간편하게 챙겨 먹고 출근길에 나선다. 사내 어린이집은 아침 9시부터 간식을 제공했기에 특별히 집에서 아침밥을 먹여 보내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래서 아침을 먹지 않고 어린이집으로 데려간 기간이 3년이다. 그 일과가 습관이 되어 아침 식사를 하지 않았는데 이제 바꿔야지 하면서도 쉽지 않다. 그렇게 9시까지 각자의 자리에 도착해 저녁 6시까지 하루를 보낸다. 이런 일상에 적응하기까지 3개월의 시간이 필요했고, 엄청난 고통의 시간이었다. 새로 옮긴 어린이집에 문제가 생겨 다른 유치원으로 옮기면서 아이는 두 번이나 적응 기간을 겪어야 했고 가족 모두가 힘들었다. 지금은 다행히 아이도 적응을 잘해서 안정적인 일상이 되었다. 물론 다른 아이들에 비해 긴 시간 기관에 있는 아이들에겐 미안한 마음이지만.


그렇게 출근해서 오전 30분간은 커피를 내려 마시고 메일을 체크하고 인스타그램, 블로그, 주식 등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을 곁눈질로나마 빠르게 확인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그럼 일하는 짬짬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계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9~12월은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라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업무 특성상 많은 과제가 10월 말쯤 끝나기 때문이다. 거기에 11월에 있을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9월부터 준비해야 하기에 엄청난 대응자료가 생긴다. 시도 때도 없이 대응자료가 있어 요청하면 바로바로 처리해 줘야 한다. 그런 일정으로 모두가 9월부턴 분주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는 10월, 11월 두 차례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종일 끊이지 않는 전화와 그에 대한 대응을 진행하다 보면 챙겨야 할 일에 밑줄 그으며 진행하면서도 그 노트가 어디로 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을 때가 있다.

그 틈틈이 인스타그램과 주식 앱을 확인한다. 인스타그램은 취미 생활로 꾸준히 관리를 해줘야 하고, 몇 달 전부터 시작한 주식은 감을 잡기 위해 수시로 쳐다보는 중이다. 짬짬이 진행되는 일의 한 부분이다.

대부분 점심을 밖에 있는 식당에 가서 먹는데, 사실 시간 낭비가 심하다. 구내식당은 너무나 맛이 없어 안 먹은 지 오래고 점심은 대부분 밖에서 먹는데 코로나로 인해 인원 제한이 있어 요즘은 주로 배달 음식을 먹는다. 밖에 나가지 않으면 그래도 점심시간이 30분~1시간 여유가 생길 때가 많다. 이 시간을 활용해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요즘은 늘어나는 뱃살로 이 시간에 조금이나마 걸어보려고 생각을 바꾸었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1시부터 6시까지 또 다른 일과가 시작된다. 오전을 여유 있게 보냈다면 오후는 집중해서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다. 외근이 있을 때도 있고 사무실 내에 있을 때도 있지만 지난 9월엔 엄청 바빴다. 당연히 업무가 많으니 퇴근하고 피로도도 높았다.


퇴근과 동시에 남편과 나는 아이들을 데리러 간다. 대부분 내가 작은아이를, 남편이 큰아이를 하원 시키는데 아이들을 차에 태워 집으로 가는 그 길이 상당히 고통이다. 회사에서 집까지 20분쯤 걸리는데 6시에 하원 한 아이는 바로 차에 타지 않는다. 어린이집 앞에서 약간의 놀이를 하거나 산책을 마치고 차에 올라타는데 타는 순간부터 또 먹을 것을 달라고 외친다. 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무언가를 먹으며 집에 간다. 대략 7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해 대충 씻고 저녁을 준비한다. 아옹다옹 밥을 다 먹으면 8시~8시 30분이 된다. 맞벌이니, 식사를 마친 뒤에는 밥 먹은 뒷정리도 해야 하고, 대충 벗어 던진 옷이라도 치우고 나면 금세 9시가 된다. 그때까지 아이들은 텔레비전 앞에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그때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아이들과 놀기 시작한다. 인형 놀이를 하거나 몸으로 놀거나 뭐든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해 주려고 노력하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다. 밤 10시 전에 재우려 9시 40분쯤 되면 이제 그만하고 씻자고 외치지만 요리조리 도망 다니는 아이를 잡아서 씻기면 10시가 훌쩍 넘는다. 조금 빨리 시작되면 목욕을 하지만 10시가 넘어가면 양치와 세수만 하고 잠자리에 든다.

동화책 읽는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어떻게든 책을 읽히고 잠자리에 들어왔지만 요 몇 달간 텔레비전 시청에 방치된 시간이 길어지면서 책을 읽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이 점은 조금씩 수정해 나가려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10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든다.

이후 내 체력이 남아있다면 1시간 정도 독서나 하고 싶던 일을 하지만 요즘은 너무 피곤해서 아이들과 같이 잠들기 일쑤다. 그렇게 나의 하루가 저문다.


누군가에게 호소하고 싶진 않지만 참으로 고단한 나의 하루다. 아이를 키우며 맞벌이를 한다는 게 얼마만큼의 고통을 동반하는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모든 것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일을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도 있지만 나로 살아가기 위함이다. 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라 나로 살고 싶은 마음에 이 고통을 어떻게든 즐거움으로 순화시켜보려고 오늘도 발버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