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글 쓰는 즐거움
“글을 왜 쓰냐고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내가 왜 계속 글을 쓰고 있는지. 그래서 내 마음에 물어봤어요. 넌 글을 왜 쓰는 거니?
내 마음 나도 몰라 님 : 저에겐 아주 큰 꿈이 있어요.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꿈이지만 저에게만큼은 아주 큰 꿈이지요. 인생의 절반쯤 살았을 때 혹은 그 이상이 되는 시점쯤에 이루어보고 싶은 꿈이랄까... 그저 마음속으로만 상상해 보고 그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아직 전체적인 형태도 없어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글쓰기가 꼭 필요한 일부분이라 생각해서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있을 뿐이죠.
나 : 그래서 그게 뭐란 말이고? 니 와이라노? 뜸 들이지 말고 말해보라고!
내 마음 나도 몰라 님 : 사실은 작은 책방을 하나 차리고 싶어요. 나만의 공간에 누군가 들어오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책방이라는 게 책만 팔아서는 안 되고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생각하는데, 공직에 있는 제가 가진 능력치가 없어요. 특별함이 없죠. 그래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손님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위로의 한마디, 근사한 한 문장, 그런 것들이 필요하단 말이죠. 내 책 한 권쯤 가지고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나는 활자를 읽는 사람이면서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이런 내가 사랑하는 책이 모인 공간이에요.” 라고 말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크게 할 말이 없을 때 책을 내밀어 책 속 주제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것만큼 근사한 일이 또 있을까요. 그 공간에 내가 좋아하는 책과 문구류가 함께해요. 그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에요. 그곳에서 권해보고 싶어요. 이 책 한번 읽어보라고, 이 펜 한번 써 보라고, 이 스티커는 어때? 이 노트는? 책과 같이 쓰면 유용할 거야 하고 쓱 내밀어 보는 상냥함이랄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돈이 될 것 같지는 않네요. 사람이 모일 것 같지도 않고요. 그래서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글을 써 봅니다. 책 읽기와 글쓰기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굴레라고 할까요?
나 : 참나, 그런 게 언제쯤 가능할까? 아니, 실현 가능성이 있기나 하니?
내 마음 나도 몰라 님 : 글쎄요. 지금 하는 일을 관두기에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두 번 다시 들어올 수 없는 직장일 수 있거든요. 그런데 말이죠. 며칠 전 친구를 만나 대화를 하다가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친구의 친구가 무인 스터디룸을 개업했다가 대박이 났다지 뭐에요? 그 말을 듣고 와! 그런 것도 있어, 하며 흘려들었는데 며칠 뒤에 번뜩 생각이 났어요. 그래, 무인책방!!! 본업을 유지하면서 무인책방을 차리자. 작은 공간을 구해서 나만의 책방을 꾸미고 지나가는 이의 호기심을 유발할 것. 홍보는 SNS를 통해 진행하고 무인기기 또는 계좌이체를 통해 책값을 받을 것. 지켜보는 이가 없으니 자유롭게 머물며 책을 펼치고 읽고 쓰는 일이 가능한 공간이 될 것 같아요. SNS를 검색해보니 이미 몇 군데 무인 책방이 있지 뭐예요. 공간만 잘 구하면 완전히 불가능한 꿈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시도해 보다가 방향성을 잡게 되면 그땐 과감히 본업을 바꾸는 거죠. 그렇게 제 인생 2막이 시작되는 겁니다. 무인책방 홍보를 위해서라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글 쓴 사람이 궁금해서 책방을 방문할 수 있게끔 말이죠.
나 : 이상한 생각 좀 하지 마!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 본다. 죽기 전에 한 번쯤 지금 걷고 있는 길과는 정반대의 다른 길을 가보고 싶은 상상. 두 번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그 시점과 구체적인 목표를 찾기 위해 틈틈이 읽고 쓴다.
처음엔 마냥 글을 조금 더 잘 쓰고 싶었다. 그 이유인즉슨 회사에서 계획서와 보고서를 자주 만드는데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조금만 잘 적어도 자연스레 엘리트 대열에 오른다. “쟨 다 좋은데 글을 못 써.” 이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았고, “글은 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주 다른 장르의 글이지만 어쨌든 글을 쓰는 일을 잘하면 손해 볼 일은 없어 글쓰기를 배우고 싶었다.
또 다른 이유는 서평이었다. 책을 읽고 인스타그램에 피드를 올리는 일에 재미가 붙기 시작하면서 서평을 잘 적어보고 싶었다. 장문의 글을 작성해 본 적이 없는 내가 처음엔 그저 좋았던 구절을 따라 적어보았고 조금씩 느낀 점도 함께 써 보긴 했지만 남이 봤을 때 괜찮은 서평이다, 읽고 싶은 책이라고 느낄 정도의 글을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나날 작가님과 함께하는 필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고, 첫 시간 첫 책에서 12줄의 느낀 점을 글로 적었다. 처음엔 책 본문의 문장이 길고 나의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짧았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나의 이야기가 길어졌고 이제는 한 문장만 읽어도 나의 이야기를 적어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만큼 글쓰기에 익숙해졌다. 7권의 책을 읽었고 꾀나 많은 페이지의 필사가 고스란히 노트 속에 남겨져 있다.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글을 많이 써 보았던 지난 6개월이었다.
소박한 꿈이 하나 더 있다면 필사 노트를 책으로 만드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내밀기 위한 책이 아니라 개인 소장용으로라도 예쁘게 편집하여 남겨두고 싶다. 그 목표부터 이루어보고자 오늘도 글을 쓴다. 그렇게 쓰는 날이 쌓이고 쌓여 나의 책이 나오면 그다음의 목표도 조금은 뚜렷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급할 것이 하나도 없다. 그저 묵묵히 지금과 같이 읽고 쓰면서 내실을 다지려 한다. 인생 2막의 목표를 찾고 준비해 가는 과정에 글쓰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