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일의 시작을 열어준 두 권의 책
나에겐 두 권의 인생 책이 있는데 솔직히 얘기하자면 내용은 크게 기억나지 않는다.
두 권 모두 책의 메시지가 나를 변화시켰다기보다 내 삶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인생 책 대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첫 번째 책은 김유라 작가님의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 시간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고 있을 때였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지만, 책에 관심은 많았기에 종종 자기계발서나 육아서와 같이 지금 상황에 맞는 실용서를 접했다. 당시에는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김유라 작가님의 책을 읽고 난 뒤 추천하시는 다양한 책 20여 권 정도를 더 읽었다. 책을 읽으면 부자가 된다고 하여 아이가 자는 틈틈이 짬을 내어 한 권 두 권 읽다 보니 책 읽기에 재미가 붙었다고 할까. 대부분 육아서나 책 읽기 방법에 관련된 책이었고 종종 관심 가는 분야의 경제경영서도 읽었다. 그렇게 내 독서 인생이 시작되었으니 김유라 작가님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다. 팬심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하고 그녀의 인생을 쫓다가 돈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바람에 질려서 흥미를 잃게 되었지만, 그녀가 내 독서 인생의 문을 열어주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두 번째 책은 쓰기의 나날 방장님이신 곽진영 작가님의 “우리는 숲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책 또한 그 내용이 나에게 큰 울림을 줬던 건 아니다. 저자와의 인연이 신기하게 지속하기에 나에겐 그 어떤 책보다 No1 인생 책이 되었다. 어쩌면 이 책을 통해 만난 나날, 밍블, 노랑, 이안님이 내 인생에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고 할까.
나는 이과와 공대를 나와 실험하고 기술을 연구하는 국가연구소를 거쳐 지금의 직장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이과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고 문예 창작, 문학 등 문과적 활동에 손톱만큼의 관심도 없었다. 책 한 권 진득하게 읽기 힘든 사람이었고, 그랬기에 항상 읽기 쉬운 자기 계발서만 읽어왔다. 조금 더 생산적인 결과물과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했지, 책을 읽으며 나를 성찰하거나 지금의 감정을 글로 표현해 보는 글쓰기를 할 거라곤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적었던 그 짧은 몇 문장이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 전부였을 정도니 얼마나 문자와 멀었는지, 그렇게 30년을 넘게 살아왔다.
2021년 초,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더 많은 책을 읽어보고자 목표를 세웠고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책 읽기에 뛰어들었다. 새벽 기상 인증을 하거나, 인스타그램에 읽은 책을 리뷰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필사 모임, 독서 모임, 새벽 기상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책을 읽었다. SNS와 함께 책을 읽는 방법이 나에게 잘 맞았다. 주변에 책 읽는 사람이 많지 않고 일상의 필수 요소가 아닌 독서를 취미로 만들기까지, 어쩌면 보여주기식 독서법이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다 읽은 책을 예쁘게 사진 찍어 짧은 코멘트와 함께 리뷰 하고, 좋아요 하트 및 댓글을 읽어보는 행위가 그저 즐거웠다. 보여주기식이라고 표현했지만 단 하나의 기준은 꼭 지켜왔는데 완독한 책만 올리는 것이었다. 내가 추천한 책을 누군가 읽어보고 싶다고 말해주는 게 가장 큰 기쁨이었다. 이 방법 저 방법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하니 독서의 양과 질이 몰라보게 향상되었다. 2년에 걸쳐 20여 권을 겨우 읽고 대단히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던 내가 2021년 한 해 동안 8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 독서 기록을 위해 한두 줄 리뷰 남겨보던 글이 어느덧 A4용지 한 장을 가득 채울 만큼 긴 글이 되었다. 또한 책 취향이라는 것이 생겼다. 읽고 싶은 책, 읽고 싶지 않은 책, 읽으면 도움이 될 책,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 독서 편식을 벗어나기 위해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 등 개인적인 취향을 듬뿍 담아 책을 고를 수 있게 된 것이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이랄까.
처음엔 해 보고 싶은 것을 이것저것 동시에 시작해 보았기에 “우리는 숲에서 살고 있습니다” 곽진영 작가님이 SNS를 통해 모집했던 필사 프로그램에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고, 내 인생을 통틀어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글을 쓰는 새로운 삶을 맞이하게 된다. 멤버들의 짧은 감상, 당근과 채찍이 적절히 섞여 있는 피드백 속에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썼더니 생각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일이 바빠 며칠 책을 읽지 못하면 책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나는 순간의 감정을 글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나만 아는 생활의 루틴조차도 한편의 글로 남겨보고 싶을 정도로 읽고 쓰는 일이 생활 속에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제는 누군가의 가이드 없이도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쓰고 싶은 글의 주제가 생각난다. 그만큼 나만의 취향이 확고해졌다.
책 읽기에 좋은 시간, 좋은 계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화려하게 잘 쓴 책만이 누군가의 인생 책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빠져드는 그 계절이 책 읽기 좋은 시간이고, 한 문장이라도 영감을 얻고 좋은 인연이 닿으면 그 책이 나의 인생 책인 것을.